본 프로젝트는 오래된 주택의 흔적을 유지하되 잘 다듬어 더 가치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전체(건축, 조경 등)의 목표였다. 외부의 식물연출 역시 오래된 정원에 잘 어울리는 공간 구성과 식물연출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또한 설화수, 오설록은 우리 식물들을 소재로 이용하는 만큼 이 공간에도 우리 식물들을 우선적으로 선정하였다.
양옥 앞마당에는 이 터와 함께 살아온 향나무가 있었다. 과거 정원의 시간을 현재와 잇기 위해 오래된 향나무를 존치하였다. 더불어 그늘을 제공하기도 하고 꽃에 의해 공간에 밝은 표정을 제공하는 산딸나무 (6~7월 흰색꽃, 9~11월 붉은 열매, 11월 단풍)를 식재했다. 양옥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우리나라 상징꽃인 무궁화가 자리하고 있다. 무궁화의 아름다운 형태와 단아한 꽃(7~9월 개화)은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메인 출입구 양 옆에는 꽃이 크고 화려한 모란(설화수와도 관련있고 대표적인 전통정원 수종임)을 식재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양옥 앞 정원의 식물들은 계절별로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이른 봄 히어리는 노란꽃을 만개한다. 겨울 내 땅 속에 있던 수선화와 무스카리도 얼굴을 드러낸다. 채진목, 황매화, 설유화, 물철쭉 등도 봄을 알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목수국은 흰꽃으로 산수국은 푸른 꽃으로 물싸리는 연분홍꽃으로 인사한다. 가을이 되면 구절초, 용담 등도 꽃피우고 더불어 나무의 단풍과 노랗게 변한 그래스는 가을의 낭만을 더한다. 겨울이 되면 나무는 잎에 가려있던 가지의 아름다운 선을 드러낸다. 가지에 쌓이는 눈은 이곳의 겨울 풍경을 돋보이게 한다.
한옥 정원에는 우리나라 전통정원과 잘 어울리는 식물을 중심으로 식재하였다. 한옥 마당에는 전통적으로 주택에서 친숙하게 마주하는 감나무를 1쌍과 봄에 자주빛 꽃을 피우는 자목련을 식재하였다. 가로수인 소나무와 맞닿은 정원에는 소나무를 식재해 한국적 풍경이 잘 드러나도록 연출하였다.
중정에는 설화(雪花)수의 의미와 가치를 상징하는 식물이 자리한 화이트 가든이다. 정원의 중심에는 이른봄 흰꽃이 피어나는 매화나무가 자리한다. 매화꽃이 지고나면 설유화, 노루오줌, 옥잠화가 순서대로 흰색꽃이 피우면 중정을 흰색으로 물들인다.
흰색 벽을 배경으로 단풍나무의 붉은 단풍은 더욱 돋보인다. 빛에 의해 흰색 벽에 드리워진 단풍나무의 실루엣은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글 박승진 사진 조경설계 서안
위치: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설계년도: 2019~21
범위: 조경설계 및 감리 + loci
건축설계: 원오원아키텍츠
박승진 조경건축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경관, 도시, 정원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design studio loci 대표소장이다. 서울대학교 환경계획연구소를 거쳐 우리나라 1세대 조경설계사무실인 서안에서 설계 실무를 했다. 워커힐호텔, 서울아산병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07년에 현재의 사무실을 열어 풀무원 물의 정원, 남해 사우스케이프오너스클럽, 강릉 시마크호텔, 아모레퍼시픽의 기술연구원 및 오산 뷰티캠퍼스, 제주 오설록 티하우스, 아모레퍼시픽 본사사옥과 통의동 브릭웰정원, 대구 미래농원(mrnw) 등을 설계했다. designloc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