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물이 오르막길에 위치해 있어 이동이 불편하신 분들은 미리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파주 심학산 남쪽에 있는 동네라 해서 이름이 된 산남동, 그 산자락에 붙은 넓고 시원한 대지에 지은 집이다. 의뢰인이 매입한 땅은 큰 필지를 6개로 나누어3개는 집을 지어 분양을 하고, 남은 3필지는 주차장 구조물만 남은 채 비어 있었다. 평소 좋아하고 자주 오르는 심학산 바로 아래 땅인 데다, 옆에 있는 오래된 회화나무가 마음에 들어 고심 끝에 샀다고 했다.
항상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집_활달하고 다정다감한 의뢰인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자주 산행과 여행으로 자연을 즐기고, 집에는 온갖 식물이 자라 베란다 천정을 가로질러 덮을 정도였다.
“항상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세요. 가까이서 산을 볼 수 있게요.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서도 산을 보고 싶어요. 참 저는 경사지붕은 싫어요. 흔해 보이잖아요. 특이하더라도 저만의 집이 좋아요. 구가라면 잘 해주실 거라 믿어요.”
목조 아치로 구축한 공간_작업에 들어가면서 평면이 원형인 집이나 현대 한옥을 제안했으나 의뢰인에게 그다지 신통한 반응은 없었다. 그러다 ‘천리포 수목원 플랜트센터’에 썼던 둥근 지붕이 반복되는 공간이 어떤가 제안했다. 천리포에 가서 직접 공간을 보고 설명해 드리니 매우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가 제안한 구조는 목재보를 아치 모양으로 하여, 하나의 기둥에 아치 보를 양쪽으로 결합할 수 있고, 여기에 앞뒤로 직선 도리를 결합하여 이어가는 방식이다. 이것으로 볼트 모양의 단위 공간을 만들어 공간의 필요에 따라 길이 방향으로 볼트를 길게 늘이거나, 측면으로 볼트를 반복하여 늘려가는 방식으로 공간의 크기와 성격에 맞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이다.
산과 하늘이 보이는 거실_아치 구조는 아래로는 수평 방향으로 시선이 가면서, 위로는 둥그런 아치 프레임 너머로 하늘이나 가까운 풍경을 올려다볼 수 있다. 이 점이 한옥을 비롯한 다른 중목구조가 갖지 못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을 살려 남북 방향으로 시원하게 시선이 열리도록 2칸 x 2칸(7.2m x 8.4m)의 아치 구조로 거실을 배치하였다. 남쪽으로는 마당 너머 동네집들과 멀리 농경지가 펼쳐지고, 위쪽 아치창으로는 구름이 지나가는 파란 하늘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아래로 가까이 뒷마당이 보이고 위로는 심학산의 울창한 나무들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거실에 있으면 아치 구조가 만든 여유로운 공간감과 함께, 주변 환경으로 시야가 확장되면서 닫힌 실내가 아닌 열린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와 더불어 남쪽으로는 식물을 좋아하는 의뢰인을 위해 선룸을 앞에 붙여 한옥의 처마처럼 들어오는 햇볕을 조절하는 켜를 두었다. 여기에 거실과 선룸 사이에 큰 한지창을 두어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 닫으면 아늑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누마루와 회화나무_게스트룸은 원래 한옥으로 집을 짓고 싶었던 건축주를 위해 한실로 설계하였다. 방과 누마루로 구성되지만, 구조나 외관은 아치 구조로 짜여 있어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위치에서 혜화나무를 바라보며 안락한 한옥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목재 폴딩창을 밖에 두고 안에는 ‘월문’을 만들어, 날씨가 좋을 때는 정자처럼 열고, 추울 때는 따스한 아트리움과도 같이 쓰일 수 있도록 안과 밖의 디자인 균형을 잡아가며 계획하였다.
안으로 쌓아둔 가족의 영역_거실 양쪽으로 대문에서 들어오는 서쪽에는 게스트룸, 현관, 보조 주방 등이 바깥채처럼 자리하고, 안쪽인 동쪽으로는 건축주 부부의 침실과 자녀방, 서재 그리고 산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낮은 아치의 옥탑과 옥상을 두었다. 특히 가족의 영역을 연결하는 계단 위쪽으로 옥탑까지 열린 개구부를 두어, 집 안의 더운 공기가 밖으로 나가 대기가 순환하도록 해보았다.
안방은 한지창을 열면 언제든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방으로 창호를 계획했다. 산과 사이에 큰 화살나무를 심어 외부 시선을 가리고 자연스럽게 밖을 볼 수 있게 하였다. 그 위의 서재는 두 면이 시원하게 보이는 창을 두어 차분한 안방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옥탑은 다락처럼 친밀하고 안락한 느낌과 함께 남쪽으로는 멀리 파주의 전경이 북쪽으로는 옥상으로 나가면 심학산을 그대로 대면할 수 있어, 공간의 기능과 위치에 따라 다른 일상의 느낌과 풍경을 만들어 보았다.
사계절이 가득한 집_“이 집은 어디 있어도 자연을 느낄 수 있어요! 사계절을 다 집에서 느낄 수 있는 집이에요. 보이는 풍경도 방에 따라 달라요. 제 기분에 따라 방을 바꾸어서 지내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가요. 며칠 전엔 친구들과 모여서 슈퍼문이 뜬 날 막걸리를 마셨어요. 저기 위에 아치창으로 달 뜨는 걸 보면서요. 설거지하면서 산에서 놀러 온 사슴과 눈이 마주치기도 해요. 여기 아일랜드에서 요리를 하면 양쪽으로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그 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느껴요.” 집에 들어와 살아본 사모님의 소감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 조정구
사진 박영채
구가도시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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