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성수 사일로: 서울제조산업허브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2023년 10월 28일 1:00PM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2가 277-34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도심 소공인 제조업 공간의 혁신
성수동의 수제화 산업 구조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지 못한 소공인들이 본청에서 주문한 상품을 납품하는 하도급 업체의 종속성을 가진다. 기존 도심형 공장이 효율적인 생산만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광역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기획-디자인-제작-유통-마케팅-소비가 하나의 공간에서 통합적인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최근 창업 공간의 트렌드를 반영해, 생산 공간의 혁신을 꾀한다. 생산과 소비의 공간을 입체적으로 엮는 새로운 공장은 상품에 꿰인 사슬의 지리를 압축한 공간이 된다. 성수 사일로는 새로운 유형의 공장으로서 소공인을 위한 공간 브랜딩을 제안한다. 

생산과 소비가 입체적으로 엮인 제조업 공간
배치의 핵심은 기획, 유통, 마케팅, 네트워크 등 제조업의 브랜딩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의 활발한 상호 개입이 일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면 도로에 배치하는 것이다. 새로운 공장으로서 담아야 할 프로그램의 공간 요소를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게 하려고 전면의 독립된 볼륨으로 강조했다. 메이커스 컬럼과 슈즈 사일로, 워크웨이&리프트로 이름 지은 서비스 공간은 전면 도로에 대해 건물의 입면을 휴먼 스케일로 분절하고 보행자를 건물 내부로 유입한다. 전시 공간, 팝업 매장, 회의실, 강의실 등 소공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 또한 전면에 배치해 소공인과 소비자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일어나도록 했다. 반면 소공인의 제조 및 업무 공간은 건물의 후면에 위치한다. 전면의 서비스 공간과 후면의 제조 및 업무 공간 사이에는 공용공간을 둠으로써 서비스 공간을 외부에 독립적으로 열 수 있게 한다. 공용공간에는 외부의 치장 벽돌을 실내 재료로 관입하면서 공공 영역의 성격을 강화했다. 
후면의 제조 및 업무 공간은 유니버설 평면으로 가변적이고 융통성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업무 공간 안쪽에 있는 발코니와 양 측면 커튼월 구조의 외벽은 쾌적한 업무 공간을 만들어 낸다. 업무 공간 안쪽 벽은 작업대, 선반 등의 설치가 쉽도록 철근콘크리트조 벽량을 확보했다. 서비스 공간과 분리된 연속적 평면 구성으로 인해 제조 및 업무 공간의 레이아웃은 쉽게 조절 가능하며 좌우로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복도만 가로막거나 필요 면적만큼 파티션의 위치를 정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이벤트 및 입주 소공인의 성장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유기적으로 변형되고 반응한다. 후면 테라스로 나가는 문도 테라스 별로 두 곳이 있어 평면 레이아웃의 가변성을 돕는다. 이렇듯 기획·유통·마케팅·소비 공간-교류 공간-생산·업무 공간으로 구성된 평면은 제조업의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전면 도로와 평행하게 서비스 및 지원 공간, 공용공간, 제조 및 업무 공간의 각 프로그램 영역을 나란하게 놓음으로써 추후 건축물 확장이 필요할 때도 유연한 평면 구성을 만들었다. 

도시 경관의 연속, 열린 저층부, 심리적 경계
용도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축조된 공장 건물은 나름의 산업적 미감을 지닌다. 성수동 거리의 재료 팔레트는 실용성과 경제성을 기반으로 한 공통의 건축 언어로 채워져 있다. 대상지의 기존 공장은 콘크리트 골조 사이를 벽돌로 채워서 만든 라멘조 건물로, 성수동의 전형적인 건축 유형이다. 성수 사일로는 가로 경관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친숙한 재료를 사용하되, 쓰임을 달리해 장소성을 존중하고 발전시키고자 한다. 먼저 기존 건물의 내부 공간이 아닌 전면의 입면 일부를 보존함으로써 성수동의 공장지대 거리에서 느껴졌던 풍경의 연속성을 잇는다. 보존된 2층 입면과 기둥은 새로운 공장의 기능을 담은 사일로들을 울타리처럼 감싸 안아 서비스 영역을 독립적으로 정의하는 한편, 개방된 포디움의 조건을 제공한다. 
보행자는 기존 건물의 남겨진 기둥 사이로 건물에 진입하게 되며 지상 1층과 지하 1층의 전시 및 다목적 공간으로 바로 연결되거나 계단을 통해 2층의 서비스 공간으로 접근할 수 있다. 외부와 내부에 같은 바닥 재료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유연한 다목적 공간을 위해 무빙월로 공간을 구획한다. 슈즈 사일로의 1~2층은 외부와 직접 연계된 공간이자 진입 홀로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역할을 한다. 2층의 공용공간과 복도는 메자닌 역할을 하며 1층과 수직적으로 연계된다. 이로써 외부 기획자와 소비자들이 건물의 저층부뿐 아니라, 상층부의 서비스 공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건물로 진입하는 심리적 경계를 낮춘다. 슈즈 사일로는 전면은 유리로, 후면은 벽돌로 계획해 시각적으로 열리면서도 독립적인 공간으로 인지된다. 워크웨이&리프트는 성수동 풍경에서 발견되는 외부 계단의 어휘를 차용한 동시에, 도로가 수직적으로 연속되듯이 느끼도록 한다. 한편 기존 건물에서 벽보가 외부에 드러나며 형성했던 입면의 콘크리트 수평 띠는 바닥에서 약 600mm 높이의 수평 창호로 해석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걸음과 신발을 강조한다.

성수동 보행 경험의 확장
성수동은 문화적인 차원에서 특정한 이미지와 가치가 인지된 공간, 즉 하나의 장소로서 변화하고 있다. '생산'만 이루어지던 공장지대에서, 생산은 물론 디자인과 문화의 소비가 함께 이뤄지는 장소로 전이되면서 생동감을 더하고 있다. 가치 있는 장소는 사람들을 모으고, 새로운 도시의 경험을 만들어 낸다. 원재료, 중간 제품, 완제품들이 주로 오가는 물류 기반 시설이던 도로는 성수동이라는 장소를 소비하는 이들의 보행으로 점차 점유되고 있다. 이것은 수제화의 제작 공정에 소비자가 개입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이는 평평하고 넓은 영역으로 연결된 가로로 인해, 보행상 비교적 먼 거리에 있는 문화 시설들이 보행 네트워크에 접합할 수 있는 걷기 좋은 도시 성수동의 환경에 기인한다. 성수 사일로는 도시와 만나는 저층부 파사드에, '제작'을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을 전면적이고 입체적으로 배치했다. 날로 촘촘해지는 성수동의 보행 네트워크상에서, 다시 오고 싶은 경험을 선사하는 ‘도시-건축’이 되고자 했다.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소장)   사진 신경섭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건축사사무소에스오에이(SoA)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소장)
SoA는 2010년 서울에서 설립되어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 환경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의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당선작 지붕감각(Roof Sentiment)을 통해 2016년 아키텍추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가 주관하는 Emerging Architecture Award의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었다. 제주도의 ‘생각이섬’ 프로젝트로 김수근문화재단의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2016), 통의동 브릭웰로 코리아디자인어워드(KDA, 2020),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2020)을 수상하였으며 신촌청년기지로 공간문화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020)을 수상하였다.
societyofarchitecture.com

프로젝트명: 성수 사일로: 서울제조산업허브
설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강예린, 이치훈)
설계 담당: 정유리, 이정연, 이윤석, 김정민, 김윤지
위치: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동2가 277-34
용도: 공장, 업무시설
대지면적: 559m²
건축면적: 335.25m²
연면적: 2179.97m²
규모: 지상 7층, 지하 2층
높이: 27.95m
주차: 16대
건폐율: 59.97%
용적률: 389.94%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 마감: 치장벽돌, 아연도골강판, 노출콘크리트, 커튼월
내부 마감: 치장벽돌, 노출콘크리트
구조 설계: 베이스구조기술사사무소
시공: 세이브건설
기계 설계: 주성이엔지
전기 설계: 한길엔지니어링
조경: 얼라이브어스
설계 기간: 2019.5~2020.2
시공 기간: 2020.6~2023.4
공사비: 62억
발주처: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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