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건축주는 건축가를 위한 임상실험의 적극적 참여자가 될 수 있을까? 하나의 공간을 재현하기 위해 수많은 건축가들은 도전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적인 관습과, 그 관습들에 익숙한 사람들의 요구에 의해 익숙한 도시의 맥락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후암동 주택은 이러한 관습적인 맥락을 어느정도 느슨하게 하고, 기꺼이 임상실험에 참여한 건축주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안하며, 동시에 도시경관에 독특함이라는 한 점을 찍어내고자 하였다.
40년전의 기존 콘크리트조 건축물을 해체하고 그 땅이 갖는 “지저분한 필지”라는 특성과 레벨 차를 이용하여 지하층과 1층을 계획하였다. 도로에 접한 곡선의 1층까지의 외벽면은 기존 건축물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는 흔적이다. 특히 지하와 1층의 아틀리에를 지나 정원으로 들어서면 대지의 형상과 대비되는 공간구성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2층부터 시작하는 대칭의 평면은 저층부의 그것과 동 떨어진 새로 구축된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층 간의 위계는 세 자매의 공간으로 구분이 되며, 중앙의 계단실에서 분파된 대칭의 공간은 한 개인을 위한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의 구분이다.
단독주택이 갖는 주거공간의 특질은 아파트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한 이 공간실험에 건축주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나아가서는 집이라고 구조물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정의 내리지 못한 채 입주의 날을 기다리는 것을 보는 것 또한 우리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였다. 게다가 이 집을 지나치는 모든 이들이 이 집이 집인지 아닌지를 헷갈려 하는 모습을 기대하였고 기대이상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리고 우리는 세 자매의 집이라고 속삭이고 다녔다.
아크로마키건축사사무소
아크로마키는 다양성에 대한 컬러를 존중하며 스스로 무채색이 되어버린 건축스튜디오다. 건축의 전형성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색깔을 발견하며 다름을 구체화하는 시도를 꾀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부산 방들의 집, 하남 H사 사옥, 인천 산림치유센터 등이 있다. archromaky.com
임진수
임진수 건축가는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파리 벨빌 국립건축학교에서 프랑스 건축가 디플롬을 받고 2012년부터 아크로마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 경관에서 건축이 가질 수 있는 특질을 탐구하며 프로젝트에 적용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함양 요산거, 부산 전포동 방들의 집 등 단독주택 작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구성체의 주택을 실험하고 있다.
건축가: 임진수
설계팀: 오아현 문설빈
시공사: (주)리움건설
사진가: Jang Mi
준공년도: 2022
대지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후암동
용도: 단독주택/제1종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61.50㎡
건축면적: 136.38㎡
연면적: 371.12㎡ (112.26평)
건폐율: 52.15%
용적률: 103.00%
규모: 지하1층 / 지상 3층
건물높이: 11.635m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주차대수: 3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