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축, 포용과 조율의 커뮤니케이션

건축가 김정임 ④

뉴(NEW)사옥, 사진_신경섭
누디트 서울숲, 사진_신경섭
하우스 오프 레퓨즈, 사진_신경섭
하우스 오프 레퓨즈, 사진_신경섭
애월 펼쳐진 집 스케치
애월 펼쳐진 집, 사진_신경섭
양천 책쉼터, 사진_신경섭
본격적으로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New)사옥은 빽빽한 논현동 건물 사이에서 뒤로 물러나 있고 선큰 위를 브리지처럼 지나가게 했어요. 왜 이런 접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금액 제안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해 진행한 프로젝트였는데, 두 개 안을 만들었어요. 하나는 영화사니까 뭔가 시사회 같은 것도 하고, 공적인 기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선큰가든을 조금 개방적인 형태로 만들어서 시사회나 기자회견을 할 수 있는 공적인 공간(Public Space)으로 활용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의뢰인이 시사회는 보통 외부의 규모가 큰 시사회장을 빌려서 하니, 이곳은 구성원들만의 독립적인 생활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그들만의 세상’ 같은 느낌으로 건물을 디자인했어요.
전면도로 폭이 4m밖에 안 되는데, 도로가 경사져 있어요. 그래서 높은 쪽에 1층 레벨을 두고 브리지로 진입하게 하고, 낮은 쪽에는 지하 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두었어요. 낮은 쪽에 두다 보니 조금만 내려가면 지하가 될 수 있는 구조예요.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첫 번째는 이 건물이 위치한 좁은 도로에 여유 공간이 전혀 없고 전면도로의 폭이 좁다는 점을 고려했어요. 논현동은 이미 많이 개발된 상태라, 여유 공간이 전혀 없어요. 이 건물이 지어지고 나서 보행자들이 그 골목이 좋아졌다고 느끼길 바랐어요.
이를 위해 대지의 규모에 비해 꽤 큰 10m☓10m 정도의 선큰가든(Sunken Garden)을 만들었어요. 나무가 밑에서 자라오르면 보행로의 환경도 개선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도로에서 건물의 1층 부분을 필로티(Piloti)로 처리해서 보행 공간을 조금 확장시키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두 번째로는 선큰가든을 브리지(Bridge)를 넘어가듯이 설계하고 싶었어요. 의뢰인도 자신들만의 공간을 원하셨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길보다는 브리지로 건너야만 갈 수 있는 느낌을 주고자 했어요. 그래서 로비에 이르기까지 계속 미묘하게 지형에 따라 올라가도록 설계했어요. 로비 공간에 들어가서는 살짝 바닥을 낮춰서, 앉았을 때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높이가 거의 맞도록 했어요. 작지만 레벨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저층부를 디자인하려고 했죠.
 
아무래도 영화사 사옥이니 사옥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요청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영화사 사옥으로서 어떤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줄까 고민했는데, 이면도로변에 있어서 멀리서 건물의 전반적인 형태를 조망할 수 있는 대지는 아니었어요. 그래서 대표님께 이 건물을 형태적으로 접근해서 외장에 돈을 쓰기보다는, 눈높이(eye level)에서 좋은 느낌을 주는데 비용을 들이는 게 더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건물의 입면에는 알루미늄 아노다이징(aluminum anodizing)이라는 꽤 비싼 재료를 사용했어요.
3mm 통판을 사용했는데, 옛날 필름 색상 같은 브론즈(Bronze) 느낌이에요. 영화가 24 프레임(Frame)의 미학이듯, 네모난 창들을 오피스 공간에 내면서 프레임으로 구성했어요. 건물 전체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보이도록요. 안에서 바깥 도시 풍경을 볼 때도 프레임에 대해 명확하게 인지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색상과 프레임으로 구성된 방식으로 영화라는 예술에 대해 인지하게끔 하고자 했죠.
 
오피스 브랜딩 프로젝트와 비교해, 건축까지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사옥에서는 무엇을 고민하셨나요?
대형 오피스 공간을 다뤄본 것은 큰 도움이 됐어요. 뉴(NEW)사옥의 경우 강남의 큰 건물 한 개 층을 임대해서 사용하다가, 지하부터 꼭대기까지 자신들의 건물을 사용한다는 것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임대 빌딩에서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다른 임대사 구성원들을 보게 되지만, 여기서는 회사 구성원들과 마주치게 돼요. 그라운드 레벨(Ground Level)부터 하늘 테라스(Terrace)까지 자신들만 쓴다는 장점을 십분 느낄 수 있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사옥이니까 연관 부서들끼리는 보이드(void) 공간에 면해서 앉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1층과 2층 사이, 3층과 4층 사이, 5층과 6층 사이 두 개 층마다 보이드를 두었어요. 7층은 일조권 때문에 뒤로 물러난(setback) 덕분에 테라스가 생겨서 사옥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이 되었어요. 각 층이 방화 구획으로 완전히 막히는 것이 아니라, 단면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많이 생각했어요.
건물이 독립된 오브젝트(Object)로 느껴지기보다는 주변 건물이나 환경과 어우러지기를 원해요. 그래서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시선이 입체적으로 교차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건물은 오똑하지만, 1층 회의실이 ㄱ자 배치로 되어 있어요. 건폐율을 그곳에 사용한 거죠. 논현동은 의외로 레벨 차가 많은 지역이라 뒷집의 지면이 높고 옹벽이 가든 쪽으로 드러나 있어요. 그 옹벽 앞에 1층짜리 회의실 매스(Mass)를 두어서, 그 위에 테라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어요. 그라운드 레벨부터 단을 이루며 올라가는 식으로 설계했죠. 사람들이 선큰가든 레벨에 섰을 때 에워싸인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주변 건물과 전체적으로 관계를 엮고자 했어요.
1, 2층에서는 로비와 회의실, 선큰(Sunken)도 보여서 구성원들끼리 시선이 교차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디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볼 수 있어요. 그렇게 서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내부 커뮤니티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오피스 공간의 접근 방식에서 다른 부분도 있으셨나요?
SK 같은 곳은 한 층이 매우 넓었지만, 뉴(NEW)사옥은 한 층이 그렇게 넓지 않아요. 내부가 약 11.5m에 12m 정도 되는 오피스 공간인데, 기둥 없이 구조를 해결하려고 구조적으로 많이 고려했어요. 오피스 공간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게 가장 좋은 상태라고 생각해요. 사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레이아웃을 할 수 있기 때문에요.
또, 이곳은 사선 제한이 있어서 층고를 높게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구조 자체가 인테리어 요소가 되도록 디자인했어요. 예를 들어 열린 천장(Open Ceiling)으로 했을 때 구조보가 콘크리트 루버(Concrete Louver)처럼 보이도록요.
 
누디트 서울숲은 또 다른 프로그램을 가진 프로젝트예요. 사옥과 임대 오피스 공간이 섞여 있는데요.
이곳은 네오밸류(Neo Value)라는 시행사가 의뢰인이었어요. 오피스 6개 층 중 3개 층을 시행사에서 사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옥처럼 여겨져, 임대 오피스와 달리 설계에서 신경쓸 게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누디트 서울숲은 규모가 꽤 커 보이는데, 어떻게 진행하게 되셨나요?
회사 차원에서도 큰 규모였어요. 정확하진 않지만,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같아요. 대형 설계사무소가 아니라 아틀리에(Atelier) 규모의 건축가 네 명을 지명해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저희가 선정되었어요.
먼저 성수동의 특성은 날것들이 그대로 충돌하여 섞여 있는 혼성적 매력에 있다고 보았어요. 하이브리드와 다양성의 공존을 키워드로 해서 계획을 진행하였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특징이 입면에 날것 그대로 표출되도록 했어요.

공모에서 요청했던 조건들과 소장님이 제안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조건은 최대 볼륨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지하 1층과 지상 1, 2, 3층은 근린생활시설(상가)로 계획하고, 4, 5층에는 지상 주차장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나머지 층은 임대 오피스로, 지하에는 주차장을 넣어 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사선 제한은 없었지만, 최고 높이 제한이 있었어요.
먼저 자주식 램프를 사용해 주차장을 진입하게 제안했어요. 땅이 약 500평이라 지하 자주식 주차장을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땅의 형태가 부정형이라 지하로 들어가는 램프를 만들기 어려웠어요. 자주식 램프는 사용자에게 훨씬 편리하고, 주차 처리 속도도 빠르지요. 하지만 저희도 실시 설계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주차 램프의 길이를 확보하기 위해 구조를 특별하게 설계해야 했어요.
두 번째는 땅의 형태에 주목했어요. 모자 모양으로 생겨서 전면 길이가 넓다는 것은 큰 강점이에요. 그래서 네모나게 건물을 올리기보다 다른 접근을 했어요. 모자의 챙에 해당하는 부분은 대지 폭이 7m밖에 안 되어 3m 전면 공지를 제외하면 건물 폭을 3m밖에 못 짓는 상황이었지만, 전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가로형 상가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상업적으로 유리하죠. 시행사는 개발 후 자체 브랜드를 통해 건물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활성화하는 데 강점이 있는 곳이에요. 건폐율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전략이기도 했어요.
의뢰인이 사옥처럼 3개 층을 사용한다고 해서 지상 주차장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안했어요. 평일에는 오피스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주말에는 성수동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비어있는 주차장에서 플리마켓(flea market)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안했어요. 이를 위해 주차장 층과 오피스를 연결하여 3개 층 정도 근린생활시설(근생)을 설계했어요.
주차장으로 공간이 끊어지지 않도록, 오피스 공간 일부에 상업 공간을 넣어 상업 공간이 주차장을 통해 저층부 상업 공간까지 연결되도록 제안했어요. 이 구성은 실제로 구현되었고, 차별화되는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그 외 제안은 실제 안에서 구현되지 않아서 아쉬운 것도 있어요.
 
복합적인 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고, 입면을 확장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디벨로퍼(Developer)가 주도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우리 같은 아틀리에와 잘 맞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어요. 시행사는 최대 이윤과 상업적 가치라는 기본 목표가 분명해요. 또한, 프로젝트 완료 시간과 공사비에 유연성이 없어요.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펀드(fund)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 계획에서 설정한 숫자는 변경할 수 없어요.
계획을 지키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 등의 이유로 공사비가 상승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유연성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건축가로서 목표했던 것들을 일부 포기하며 맞출 수밖에 없었어요. 저희 조직은 규모가 작은데 PF 사업은 명확한 마감(deadline)이 있고 그러다 보니 이런 규모의 PF 사업은 조직력이 있는 회사가 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에 테크캡슐의 영상 기록으로 소개된 '하우스 오브 레퓨즈(House of Refuge)' 프로젝트를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의 배경을 소개해 주세요.
‘애월 펼쳐진 집’이라는 제주도의 작은 스테이와 식당이 있는 건물을 진행했어요. 그 스테이에 하우스 오브 레퓨즈의 의뢰인들이 방문했는데, 뮤지션과 아티스트가 있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송 캠프(Song Camp)'라는 것을 진행하더라고요. 아티스트들이 1~2 주 동안 스테이(Stay)에 머물며 작곡하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분들은 제주도에서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할만한 빈 땅을 찾고 있었는데, 우연히 지금 구조물을 발견하신 거예요. 2000년에 골조만 만들어진 상태로 20년이 넘은 상태였죠.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굉장한 아우라를 느꼈어요. 일반적인 철근 콘크리트(RC) 슬래브와 기둥으로 이루어진 구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때가 묻고,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자연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멋있었어요.
의뢰인들과 일을 시작하면서 예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의 면적만 마감하여 사용하는 방향으로 제안했어요. 그분들도 면적이 많이 필요 없다고 하셨어요. 공사비도 절약할 수 있겠다고 말씀드렸죠.

2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셨는데, 원래 용도를 아시나요?
2000년에 최초 허가는 목욕탕(스파)으로 받았어요. 지하에 목욕탕이 있었고, 1층과 2층이 있는 구조였어요. 2006년에 다른 분이 사서 일반 음식점으로 설계 변경 허가를 받았지만, 골조 그대로 방치되었어요. 의뢰인은 지하 공간을 콘서트나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식당을 넣을 가능성을 제시했어요. 나머지는 자유롭게 설계해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을 때 건축가로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손볼 것인지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가장 걱정했던 것은, 건물이 가진 오래된 시간의 흔적과 아우라의 훼손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였어요. 잘못 손대서 건물이 이상해질까 봐 끝까지 노심초사했죠. 기존에 묻어 있는 때를 어느 정도 벗겨내야 하는데, 그 수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두 번째로는 이곳이 상업시설인 만큼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게 되는데, 저는 전시보다 콘서트에 더 중점을 두고 있었어요. 콘서트장은 사람들이 여러 시간대에 들어오지만, 대규모 인원이 일시에 나가게 되잖아요. 어떻게 대규모 인원이 원활하게 드나들 수 있게 할 것인가, 그 동선 처리가 중요한 문제였죠. 세 번째로는 건물의 이미지를 살리면서 부분적으로만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이 건물에 왔을 때 골조(Construction Frame)가 먼저 보이는 상태였기 때문에, 마감할 때 골조를 둘러싸는 방식이 아니라 골조가 먼저 드러나고 사용 공간은 그 안에 삽입된 것처럼 보이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형적으로는 건물을 최대한 손대지 않은 것처럼 방향을 잡았어요. 기존 공간이 지하층, 1층, 2층으로 단순히 쌓여 있었다면, 동선 처리를 하면서 중간중간에 보이드(Void) 공간을 만들어서 1층에 있는 사람이 지하에서 벌어지는 공연을 상상할 수 있도록 했어요. 예를 들어, 1층의 바에서 술을 마시면서 지하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우리는 오감을 사용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몸은 그곳에 없더라도 청각적으로 들리거나 시각적으로 보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요소들을 잘 섞어놓는 것이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두 군데에 보이드 공간을 만들어 설계했습니다.

기존의 골조(Structural Frame)만 있다고 하더라도, 그 형식 체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프레임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덮개(Envelope)를 씌워 내부 공간을 만드는 방식을 생각했어요. 일반적으로는 기둥이 있으면 그 기둥이 있는 지점에서 표면을 만드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는 프레임이 드러나야 해서, 기둥을 피해 가면서 공간을 설계했어요. 예를 들어, 카페 공간을 만들 때도 기둥이 드러나게 하고, 그 사이를 휘감으면서 설계했어요. 프레임을 독립적인 객체로 만들어 사람들이 볼 때 콘크리트 프레임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에 유리 표면을 느끼도록요.
 
구조와 표피를 분리하셨다는 말이네요.
그렇죠. 두 개의 켜(Layer)를 분리해서 설계하려고 했어요. 프레임은 그대로 두고, 입체적으로 만들기 위해 전략적으로 어디를 뚫을지 고민했어요. 이런 접근은 서울스퀘어(Seoul Square) 프로젝트 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한번은 판교 가는 길에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서 제가 있는 지점이 혼란스러워진 경험이 있어요. 사용 경로를 바꾸면 사람들이 공간을 완전히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람들이 이용하는 동선의 패턴을 바꾸면 공간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하우스 오브 레퓨즈에서도 마찬가지로, 건물로 접근하는 경로를 완전히 다르게 설계했어요. 주차장 위치도 바꾸고, 허가 도면상이지만 건물로 접근하는 경로를 새롭게 뒤집어 설계했죠. 공연장 접근 방식도 바꿨어요. 1층으로 들어와서 지하로 내려가는 대신, 진입구에서 바로 홀처럼 만들어 공연장으로 내려가도록 했어요. 건물을 이용하는 시퀀스(sequence)를 다르게 해보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찾는 편이에요.
 
시간의 흔적이 깊이를 만드는 공간을 다룰 때 어려운 부분도 있으실 듯합니다.
요즘에는 산업 유산을 리모델링해서 레트로 감성을 주는 공간들이 많아요. 그런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 참고했던 이미지가 *제프리 바와(Geoffrey Bawa)가 설계한 스리랑카의 헤리턴스 칸달라마 호텔이었어요. 그 호텔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식물이 완전히 혼연일체가 된 곳이에요.
제주도 프로젝트도 6월에 방문했을 때 덩굴이 슬라브와 기둥을 감고 올라가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그 모습을 지키고 싶었지만, 장비와 공사팀이 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걷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중앙부에 원래 있던 이상한 박공 형태의 입구 구조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중앙정원을 만들고 싶었어요. 원래 슬래브가 약간 곡선형이어서, 그것을 대칭으로 만들어 뾰족한 타원(Pointed Oval) 형태로 철골 구조를 세웠어요. 그곳에 식물을 심어서 콘크리트 프레임과 식물이 혼연일체가 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제주도가 몇 개월이면 식물이 무성해지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제프리 바와(Geoffrey Bawa)가 설계한 스리랑카의 호텔: 헤리턴스 칸달라마(Heritance Kandalama. 이 호텔은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며, 주변 환경과 건축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폐허에 자연을 끌어오신 거네요.
2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화가 그대로 진행된 구조물이었어요. 요즘 '리와일딩(Rewilding)'이라는 개념도 있지만, 그 구조물은 야생화가 다시 진행된 상태의 원시적이고 원초적인 느낌을 줬어요. 그 느낌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2~3년 정도 지나면 저희가 원했던 이미지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애월 펼쳐진 집'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어요. 스테이지만 집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요. 출발점과 배경을 여쭤봐도 될까요?
생활하는 집이라기보다는 스테이(Stay) 개념이었어요. 바닷가와 마을이 만나는 경계에 있었죠.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스케치한 것이 그대로 완성되어 특별한 애정을 품고 있죠.
땅이 독특한 부정형이었어요. 건물을 앉히면서 건물 자체의 형태보다 외부 공간을 바라보는 건물의 모습에 중점을 두었어요. 대지 오른쪽에 해수욕장이 있고, 왼쪽에는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용암 해안(Lava Coast)이 있었어요. 주로 해수욕장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이용할 것으로 보았고요. 시커먼 돌로 이루어진 해변은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한적하지만 아름다워서 그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는 외부 공간을 만들었어요. 또 뒤쪽에 있는 금성리 마을에서 이 집을 바라볼 때의 관계를 고려했어요.
그래서 건물을 앉히기보다는 세 개의 외부 공간을 먼저 배치하고, 땅의 경계선과 외부 공간 사이에 건물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했어요. 이런 배치가 굉장히 적절해 보였어요. 해수욕장에서 오는 사람들에게는 그 공간이 환대하는 정원(Garden)이 되고, 용암 해변을 바라보는 쪽은 건물에 들어온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외부 공간이 되었어요. 금성리 마을 쪽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앞마당 같은 외부 공간이 생겼어요.
이렇게 세 가지 성격의 외부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에 건물을 배치했어요. 양천 책쉼터도 같은 전략을 사용했어요. 두 프로젝트 모두 설계할 때 매우 편안했어요. 완공 후 사람들이 아주 좋아해 주셨어요. 설계할 때 느꼈던 편안함이 그곳에 머무르는 분들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그 편안함이라는 게 대지에 개입하거나 대응하는 소장님의 태도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도심의 꽉 찬 용적률이나 건폐율로 게임을 하는 프로젝트와 달리 주변 상황을 반영하여 대응하는 건축을 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으셨나요?
우선 만드는 사람의 자아(ego)나 욕심 없이 진행된 프로젝트였어요. 자본의 힘을 최대화(Maximize)해서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없어요. 양천 책쉼터도 공공 프로젝트였고 공원이었기 때문에 비슷했어요. 애월 펼쳐진 집도 의뢰인이 400평까지 지을 수 있는 땅이었지만, 150평만 지으면 된다고 하셨어요. 용적률을 다 사용하지 않았고, 상업적 의도가 없는 프로젝트였어요. 이런 점들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건축 프로세스에서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을까요?
일을 하면 할수록 전문가 서비스에 대해 생각해요. ‘돈 값’을 하기 위해서 과도하게 일하게 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이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애월 펼쳐진 집이나 하우스 오브 레퓨즈, 두 프로젝트 모두 의뢰인 쪽에서 과도한 요구를 하지 않았고, 소통이 잘 되었어요. 의뢰인과 생각이 일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마음이 편했어요. 소설로 치자면 갈등 구조 없이 좋은 사람만 나오는 드라마나 소설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쩌면 이게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양천 책쉼터도 공원의 나무를 배려 하거나, 사람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벽을 따라가게 한 점이 인상적이에요. 건물이 배경이 되어 이용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만드는 방식은 소장님의 건축에서 공통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양천 책쉼터에서 그 생각이 더 강화된 것 같아요. 스스로 깨닫게 된 부분도 있었고요. 그곳은 공원이기 때문에 대지 경계가 없는 사이트였어요. 건물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에 대해 도시공원녹지과분들과 공원을 한 바퀴 돌며 결정했어요. 책쉼터는 처음에 숲속 도서관(Forest Library)이라는 이름이었는데, 도서관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많이 오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기존 야외 음악당을 개조한 어린이 놀이터 옆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어요. 마침 다른 곳에 비해 나무가 많이 없었고, 어린나무가 많아서 이식하기 좋다고 하셨어요.
보통 도시 안에서 설계할 때는 대지 경계, 건폐율, 용적률 같은 제약 조건으로 형태가 많이 결정되는데, 이곳은 그런 제약이 없어서 출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했어요. 수형이 예쁜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나무를 그 자리에 두고 싶었어요. 어린나무들 외에 큰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었는데, 이 나무들도 이식하기 쉽지 않아서 그 자리에 두기로 했어요.
공사비가 여유롭지 않아서 기존 어린이 놀이터와 유아들을 위한 잔디밭의 선형을 유지하면서 건물을 배치하려고 했어요. 건물을 네모나게 배치하면 잔디밭의 선형을 침범하게 되니까, 부대 토목 공사(Auxiliary Civil Engineering Work)와 포장 공사(Paving Work)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최소화하려고요. 건물에서 요구하는 사용성과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복잡한 기능이 필요했다면 어려웠겠지만, 쉼터라서 형태 안에서 해결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요. 다른 땅에서도 기회가 될 때 취해볼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큰 규모의 사업에서 작은 규모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다루시면서 건축이 사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건축의 역할에 관한 생각을 여쭤보고 싶어요.
저도 일을 하면서 다양한 답을 찾아가고 있어요. 건축을 목적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없을 것 같은데, 저는 확실히 건축은 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으로서 역할을 한다고요. 기본적으로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정의가 있듯이, 저는 '깃들다'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우리의 삶이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요즘은 건축이 인간만을 위한 구조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전에 강의할 때, 학생들과 함께 왕수(Wang Shu)의 건축을 보러 간 적이 있어요. 항저우에 왕수(Wang Shu)의 유명한 히스토리 뮤지엄(History Museum)이 있어요. 도시의 중심에 있고, 주변에 공원이 있긴 하지만 유리 마천루 건물들도 꽤 있는 지역이에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 소리가 엄청나게 들리는 거였어요.
주변에 유리 건물들이 있는데, 왕수의 건물에서는 새들이 입면에서 날아오르더라고요. 옛날 벽돌과 기왓장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서 공극이 많고,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해요. 그래서 새들이 그 건물 표면에 앉았다가 날아가고 다시 앉고 하면서 건물에 붙어 있는 거예요. 우리나라나 이탈리아(Italy)에서는 새들이 못 앉게 뾰족한 것을 심어놓잖아요, 오염되니까요. 왕수의 건물은 그렇지 않아서 인상적이었어요.
모더니즘 건축은 유리나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매끈한 표면을 가진 건물이 많아요. 이런 건물들은 새들이 부딪혀 죽는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이 깃들어 살 수 없게 해요. 덩굴 같은 식물도 잘 붙지 못해요. 인간만이 사는 건 너무 우울한 삶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식물이든 동물이든 다른 생명체들이 깃들어 함께 살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건축을 하고 싶어요. 도시 안에서는 사실 힘들지만, 건축을 하면서 점점 더 그런 것에 신경을 쓰게 돼요. 결국 건축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깃들어 사는 공간인 거죠.
 
여성 건축가와 남성 건축가가 사용하는 디자인 언어가 다른데, 건축 비평에서 그 부분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고 표현하신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용어를 개발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워요. 지금은 많이 언급되는 용어이지만 대략 15년 전에도 '관계(relationship)', '역학(dynamics)', '태도'와 같은 용어들을 사용했던 것 같아요. 요즘 저는 '홀리스틱(holistic)'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우리말로는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워요. 이 단어는 여러 감각을 활용하여 주변과 어우러진 총체적인 환경을 의미해요.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고, 저도 그 영향권 안에서 이런 용어들을 더 사용하게 된 것 같아요.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여성 건축가들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더 예민한 감수성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나 홀로 독야청청하는 건축이 아니라, 도시나 마을, 개별 건물 단위 안에서 건축을 구성하는 요소 간의 관계나 타자와의 관계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건축하는 경향이 있어요.
 
외국에서는 상당히 활발하지만, 아직 한국 건축계에서 젠더 이슈는 시작도 못한 것 같아요. 다른 것보다 관점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죠. 20여 년 전 KBS 1FM 클래식 방송에서 18세기 여성 조경가 거트루드 지킬(1843-1932)을 소개하는 걸 들었어요. 그 분이 등장하기 전 서양, 그러니까 유럽의 조경가는 모두 남성이었고 정원의 이슈는 수종과 수형이었다고 해요. 나무의 종류와 형태요. 프렌치 가든(French Garden)처럼 원예사들이 나무를 뾰족하게 깎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죠. 거트루드 지킬은 정원의 이슈를 색채와 질감으로 바꾸었다고 해요. 이후로 지금까지 잉글리시 가든(English Garden)도 색채와 질감을 다루게 되었대요. 그분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확 와닿았어요. 1890년대에 활동하셨던 분인데, 여성의 시각에서 환경을 만드는 키워드를 완전히 바꾼 거죠.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나 건축 환경은 역사적으로 남성들이 주로 만들어왔어요. 최근에 와서야 여성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거죠. 만약 처음부터 여성들이 50% 정도의 비율로 참여했다면, 우리의 도시는 완전히 달라졌을 거로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으로서 기존 건축가가 해왔던 것과 다른 관점으로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저도 거트루드 지킬처럼 기존에 다뤄지지 않았던 새로운 키워드를 다뤄보고 싶은 거예요. 매일매일 당면한 일들을 처리하며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지만, 그런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죠.
 
앞서 건축이라는 서비스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소장님의 경우 대형 자본이거나 기업 의뢰인이 많았습니다. 소장님만의 설득 기술이나 전략이 있으신가요?
예전과 생각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 되려면, 상대방이 제 이야기를 받아들여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시뮬레이션해보고, 그들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해 봐요. 건축가로서 제 입장뿐만 아니라, 의뢰인의 입장에서 이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원할지를 많이 고민해요.
저는 이 과정을 영화감독과 많이 비교해요. 성공적이지 못한 프레젠테이션의 대부분은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영화는 촬영 분량이 어마어마하잖아요. 몇백 시간의 분량을 1시간 반이나 2시간으로 압축해야 하죠. 그래서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이 따로 있는 것처럼 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듣는 사람 처지에서는 힘들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영화감독처럼 관객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요.
보통 작업할 때 투시도나 도면을 많이 만들지만, 그것을 모두 보여주려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요. 적절하게 덜어낼 줄 아는 것, 즉 더하기보다는 빼기를 잘하는 것이 프레젠테이션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축가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사회적 가치나 공간의 중요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좋은 건축은 공용 공간이 좋은 곳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공간의 중요한 가치가 사업의 이익과 부딪힐 때는 이 부분이 굉장히 어려워져요.
그 부분은 예전에 최문규 교수님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공공 건축은 그 목적을 위해 존재하니까, 얼마든지 그런 이야기를 해도 되죠. 하지만 민간 건축을 할 때 그걸 내세우면 의뢰인 대부분은 "저 사람이 내 돈으로 자기만족을 위한 것을 하려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여요. 그건 용납되기 어렵죠. 그래서 최문규 교수님은 “똑똑한 건축가들은 그런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사이사이에 숨겨 놓는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설득의 포인트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
상업적인 건물의 경우, 이 건물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좋은 인상을 받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오게 되고, 그것이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말씀드려요. 결국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물이 상업적 가치도 높아지는 거잖아요.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이 건물이 어떤 자세와 태도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해요.
사람들이 안팎으로 이 건물을 활발하게 많이 사용하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밖에서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많이 오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동선 처리 등을 할 때 이런 점을 많이 고려해요.
 
소장님에게 공간 안이나 도시에서 교류가 중요한 테마이네요.
그렇죠. 사람들의 많은 움직임을 받아주고, 그 안에 머물게 하는 배경 같은 존재가 건축인 것 같아요. 저에게는 그래요.
 
초반에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해서인지 규모가 다른 프로젝트들을 유연하게 다루시는 것 같아요.
크고 작은 스케일을 오가는 것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건축이 가구가 되거나, 가구가 건축이 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죠. 큰 건물이나 복잡한 건물을 구상할 때는 마치 교향곡(Symphony)을 작곡할 때처럼 재료나 요소들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나, 피아노 솔로곡(Piano Solo)이 가지는 미학적 아름다움이 있듯이 작은 건물을 다루면서 느끼는 즐거움과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큰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처럼 신이 나요. 여러 컨설턴트를 조율하면서 진행할 때, 복잡한 것을 조율해 맞출 때의 느낌이 있어요. 며칠 밤을 새워 전략을 세웠을 때 의뢰인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큰 희열을 느껴요. 프레젠테이션(PT)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얻는 기쁨은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기쁨이죠.
 
저는 건축가에게서 드러나는 비례(Proportion)와 스케일(Scale)에 관심이 많아요. 거기에서 개별 건축가의 특징이 나타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장님이 선호하시는 공간감이나 공간이 궁금해요.
저도 비례와 스케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세계적인 건축가도 큰 규모의 건물을 설계할 때 스케일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거든요.
제가 선호하는 공간감은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입체적이고 활동적인(Energetic) 공간이에요. 단면상에서 시선과 동선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공간을 좋아하고, 그런 공간을 구현하려고 해요. 자유로운 동선도 선호해요. 건축가가 의도한 대로만 경험하거나, 정해준 길로만 걸어가야 하는 공간은 좋아하지 않아요. 사용자가 공간 안에서 선택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가 설계한 건물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면 기뻐요. 작더라도 자유롭고 입체적이고 선택권이 많은 느낌을 주는 공간을 선호하죠. 우리 사무실도 가운데 원형 오브제(Object)의 회의실이 있는데, 그 벽을 따라 이쪽저쪽으로 자유롭게 다니는 게 좋아요.
또 하나는 자연과 더불어 혼자 고즈넉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제가 설계한 건물 사용자들에게도 그런 순간을 가질 수 있는 지점(Spot)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요. 저도 그런 공간을 좋아하고요.
 
 
사무실 경영 역시 쉽지 않은 부분이죠. 최근 흑백 요리사 프로그램 덕분에 파인다이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한 유튜브 채널에서 파인다이닝의 재무제표를 분석하며 그렇게 치열하게 일하는데 수익률은 5%도 나지 않는 이상한 구조라며 그저 응원한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영상을 보았어요. 지금 아틀리에 건축이 바로 저 영역에 있구나 싶었죠. 숫자로 해결이 안 되는 영역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현금 흐름(cash flow)만 맞으면 계약 후에는 마음이 편해요. 어떤 프로젝트는 돈을 벌게 해주고, 어떤 건 마이너스가 되지만 의미를 찾을 수 있죠.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그런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모든 걸 잘할 수 없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항상 낼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전체적인 균형만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으로 관리하려면 너무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올해 33년 차 건축가로서, 아틀리에 사무소를 운영하는 오너로서, 지금 치열하게 현장에서 버티고 있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지속 가능한 힘에 대해 해주실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사실 동료죠. 저도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작가 같은 직업이 부럽기도 해요. 혼자 노트북 하나 들고 세계를 떠돌며 일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 생활을 돌아보면, 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힘의 원천이 되더라고요.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되면서도, 직원들 덕분에 힘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 혼자서는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동료들이 무언가를 해놓아서 그 순간을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건축사무소 운영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건축은 절대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팀워크(teamwork)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능력이에요.
저도 늘 고민하고,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사무실 운영이에요. 일을 수주하고 디자인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사무실 조직을 운영하고, 이 조직을 즐겁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일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모든 경영자가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로는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상처를 받기도 해요. 영원한 숙제인 것 같아요. 그 숙제를 잘 해결하는 사람만이 지속 가능한 건축 설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외국 건축가들을 봐도 결국 그 조직을 잘 만들어 놓았을 때, 나이 들어서까지 성공적으로 건축을 할 수 있는 거죠.
 
건축계에서 소장님의 위치가 흥미롭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조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부터 일상의 영역에 이르는 작은 프로젝트까지 가로지르며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그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독특한 커리어(career)인 것 같아요.
특별히 경쟁력 있게 잘하는 것보다는 스펙트럼이 넓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운도 좋았던 것 같은데, 어떤 일을 하면 그게 파생돼서 연결되는 게 흥미로웠어요. 자연스럽게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경험상 제 삶이나 회사의 일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 역시 건축가 김정임 소장님의 건축과 생각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으면 편히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아 일하는 직업인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앞서 건축은 물질의 재배치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것이 건축에 대한 제 나름의 정의인데, 저는 건축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아름다움에 대해 앞으로 더 생각해 보려고 해요.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라는 미학자가 '아름다움은 배치의 문제'라고 말하거든요. 그 말은 1%를 위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99%를 위한 공동체적이고 집단적인 가능성에 대한 아름다움이에요. 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작업자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름다움과 예술도 그것을 예술로 보는 눈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요. 현대 예술로 오면서 그 개념이 많이 달라졌잖아요. 건축에서도 공공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공성에서의 아름다움에 대해 더 고민해 보고 싶어요. 건축을 하다 보면 95%까지는 만들 수 있지만, 나머지 5%를 위해서는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해요. 하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구현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건축에서 아름다움이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그 아름다움은 일부 계층만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건축적, 도시적 아름다움이어야 해요. 이를 구현하는 방법과 비용 문제까지 앞으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고 싶어요.
 
진행 임진영 정리 윤솔희, 송주하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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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기록화작업 | 3D Scan VR 하우스오브레퓨즈의 시간, 테크캡슐 × 서로아키텍츠 영상 공개일 2024년 11월 1일(금) 웹 VR 바로가기 하우스오브레퓨즈의 공간은 공사가 중단된 이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의 세월을 함께 공생해 온 존재들을 그대로 존중한다. 건축가 김정임(서로아키텍츠)은 중단된 시점의 구조체, 그 구조체에 뿌리를 내린 생명체, 그리고 다시 발견되기까지의 풍화 과정을 섬세하게 발굴하고, 이 작은 생태계에 매료되었던 의뢰인의 흥분을 차분하게 도닥여준다. 테크캡슐는 하우스오브레퓨즈에 내재되어 있는 시간성에 주목하여 공간에 덧입혀져 왔던 사연의 단서를 태동하는 현재 진행형의 생명력으로 재해석한다.    글 테크캡슐  총괄: 황지은 연출: 정동구 기획: 이다영 촬영: 이택수, 이정민  VR 웹퍼블리싱: 신종혁, 이용현 테크캡슐 테크캡슐은 공간 정보 기반 미디어 콘텐츠 창작 그룹이다.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이 협업하여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록, 연구, 콘텐츠를 하나의 캡슐에 담아 제공한다. 정보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간 자산을 디지털 기법으로 축적하고 유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 단순한 공간 기록과 재현을 넘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공간적 과제를 발굴하고 장소의 맥락을 깊이 연구하여 입체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새로운 공간 수요와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술의 혁신을 창출하는 순환 가치를 실천한다. 오픈하우스서울과는 지리적, 시간적, 감각적 영역을 확장하고 재구성하여 우리 도시 환경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발견하고 탐험하고자 한다.  테크캡슐 techcapsule.kr 테크캡슐 유튜브 채널 youtube.com 하우스오브레퓨즈 - 더하기와 빼기의 건축 오래된 것을 새로운 요구에 맞게 고쳐달라는 일은 언제나 반가운 제안이다.  대상물은 제주 중산간의 2차선 도로변에 20여년 간 버려져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었다. 스파와 음식점을 하려고 짓다 만 것이라고 한다. 지붕과 프레임만으로 이루어진 구조물은 그 너머의 숲과 중첩되어 깊은 공간감을 만들고, 세월의 풍화를 겪은 흔적들과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지우며 파고든 식물들이 얽혀 그 자체로 엄청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오랜 봉인이 해제된 비밀의 공간을 탐색하며 매료되는 한 편, 어떻게 이 멋짐을 훼손하지 않으며 완성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건축주는 딱 맞는 느낌의 ’하우스오브레퓨즈 House of Refuge’라는 프로젝트 이름과 함께 지하에 전시 및 공연, 지상에는 간단한 식음을 위한 공간이라는 열려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기간과 공사비가 타이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구조물이 갖고 있는 아우라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개입을 통해 기능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시작은 지하에 있던 나무 한그루였다. 원래 장비반입을 위해 슬래브를 뚫어놓은 곳인데 나무씨가 날아들어 자라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의 한 구석에서 마주한, 연하게 스며든 빛을 받고 있는 여린 나무에서는 태고적 야생같은 신비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이 공간을 잘 살려 주동선의 흐름에 엮을 수 있도록 계획을 시작하였다. 새롭게 배치한 주차장에서부터의 진입동선과 전시를 관람한 진출 동선이 연속적인 시퀀스를 이루며, 사용자들이 이동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벤트와 풍경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슬래브를 뚫고 계단을 삽입하여 입체적 연결 공간들을 만들었다. 주진입홀은 도로에서 인지가 잘 되도록 단순한 형태의 반투명 박공 매스로 계획하고 기존 구조물의 주출입구 캐노피를 철거한 부분에는 2층 슬래브의 1/4원형 라인을 살린 뾰족한 타원 모양(pointed elipse shape)의 철골프레임으로 만든 정원구조물을 삽입하였다. 철골의 단단한 선과 나무의 부드러운 선의 대비를 통해 독특한 풍경을 연출, 1층과 2층 테라스를 묶어주는 중심 요소가 되도록 의도한 것이다. 지붕과 프레임이 먼저 읽히는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적정 면적의 기능공간을 구조프레임 뒤로 삽입하고 그 외의 공간은 지붕이 있는 외부공간으로 처리하였다. 그 밖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기존 공간의 볼륨에 맞게 기능을 재배치하며 계획해 나갔다. 높은 층고를 갖고 있는 기계전기실을 전시공간으로 만들고 기계전기실을 낮은 쪽에 잘 조정해 넣는 일 같은. 처음에 마음먹은 최소한의 개입은 이렇게 더하기와 빼기의 균형을 맞춰가며 완성되었다. 이 곳이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도피처(house of refuge)로서 총체적 경험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되기 위해선 고정물인 건축은 배경이 되고 변화물인 주변자연과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관전시로 기획된 에릭오 감독의 레트로스펙티브 인 제주Retrospective in Jeju와 연수당 신준호 대표가 공들인 정원들이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건축은 거들뿐’이란 말이 실감난다. 감사한 일이다. 글 (주)서로아키텍츠 사진 진효숙 (주)서로아키텍츠 seoroarchitects.com
VISIT YOURSELF 넘은들공원 책쉼터, 김정임 넘은들공원은 양천구 신정동 남부순환도로 변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넘은들은 넓은 들이란 뜻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무색하게 빼곡하게 들어찬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작은 동산같이 오뚝하게 놓여있다. 농구코트, 몇 가지 운동기구, 파고라 등 최소의 시설만이 있는 공원은 어둡고 노후화되어 지역주민들 이용이 저조하였다고 한다. 양천구에서는 '건강한 동네 숲'이라는 테마로 수목의 식생 개량, 보행 약자를 위한 편안한 산책로 조성, 운동공간 개선 사업 등과 함께 화장실과 쉼터가 결합한 건축물을 짓기로 하고 우리에게 설계의뢰를 하였다.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방치되어 오히려 야생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넓지 않은 공원이기에 최대한 지금의 자연 숲 같은 느낌을 살리고 건축물은 진입부 계단 옆 경사지에 최소화하여 짓기로 하였다. 몇 개의 대안을 검토한 후 농구코트 레벨에 화장실을 두고 기존 계단을 올라간 레벨에 쉼터와 관리실을 배치하였다. 볼륨이 작아 보이도록 두 개의 기능을 엇갈려 배치하고 박공지붕을 씌워 숲속의 오두막집처럼 보이도록 하였다. 사방에 창을 두어 낮에는 책쉼터 내부로 공원의 풍경이 들어오게 하고 저녁에는 은은한 빛이 공원을 밝혀주도록 계획하여 따뜻하게 주위를 밝히는 커다란 등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전체면적이 40평, 책쉼터 면적은 약 70㎡(21평)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건축물이지만 개관 후 2,0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참여와 사랑을 끌어내고 있다. 설계과정에서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다구리와 박새가 서식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건축물을 주변부에 앉히기로 하였는데, 부디 그들이 그 맘을 알아주어 계속 살고 있길 바란다.  글 김정임 사진 진효숙 서로아키텍츠 seoroarchitects.com/ 넘은들공원 책쉼터 주소 서울 양천구 남부순환로 634 개관 화-일 10:00 ~ 19:00 휴관 월요일, 공휴일 웹사이트 cafe.naver.com/ycbook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