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5주년 기념 SPECIAL TOUR
한국 패션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DDP,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서울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DDP,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5년이라는 시간 동안 DDP가 우리에게 어떤 장소가 되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DDP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는지요? 첫인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기억이 나요. 마치 미래 도시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딘지 모르게 매우 유기적인 느낌이 많이 나서 공간감을 잃은 것 같기도 했고, 방향 감각을 잃은 것 같기도 했어요. 그런 느낌이 나빴다기보다 오히려 나를 자하 하디드만의 공간으로 초대하는 것 같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기억해요.
DDP가 처음 패션산업의 중심지인 동대문 일대에 들어선다고 했을 때, 패션계에서는 혹은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처음에는 저도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어요. 건축이 자기만 돋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과 얼마나 잘 어우러지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사실 DDP라는 공간 자체가 주변 환경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살짝 의아했었죠.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것도 건축가의 의도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어요. 왜냐하면 DDP는 매우 오랫동안 정체돼있던 동네에 변화라는 제안을 한 건데, 만약에 이런 새로운 공간이 없었다면 동대문이라는 동네, 상권 자체에 큰 변화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DDP가 동대문 일대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는 계기나 역할을 충분히 하는 것 같아요.
DDP에서 우리나라의 주요 패션 행사가 열립니다. 한국 패션계에서 DDP의 위치, 위상은 어떤가요? 지난 5년간 패션계에서 DDP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시는지요?
특히 서울패션위크 기간에 외국인들이 굉장히 많이 방문하죠. 특히 외국 분들은 그 도시의 아이코닉한 건축물을 도시의 매력 포인트로 삼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외국인들은 DDP가 가진 상징성과 그 가치를 좋게 평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다가 DDP라는 매우 아이코닉한 건축물에서 패션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 자체로서 국내 패션계에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해요. DDP 같은 멋진 공간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거에 대해서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DDP 가운데 좋아하는 공간이 있으신가요?
DDP는 내부도 좋지만, 저는 건물 밖의 전체적인 모습을 좋아해요. 건물을 바라보며 산보하듯이 걸어가다 보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건물 모양과 스카이라인이 계속해서 바뀌어요. 건축물은 고정되어 있지만, 실제 걸으면서 봤을 때는 건물이 움직이는 것 같은 굉장히 유기적인 느낌을 줘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디에서 어느 방향을 보더라도 똑같이 보이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요새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주요 화두입니다. 앞으로 DDP는 그 자체로서 어떤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패션산업과 연계해서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시다면?
서울패션위크 행사가 DDP에서 지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많은 외국인도 서울의 패션을 DDP와 연결 지어 생각할 정도로 국내 패션계에서 아이코닉한 건물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자하 하디드의 건축이 그런 상징적인 이미지 자체를 패션에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아요.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DDP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실은 전 세계에 훌륭한 건축가들이 많이 있지만, 자하 하디드만큼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뚜렷하게 표출하는 건축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랬을 때 자하 하디드가 이루어놓은 결과물이란 것이 사실은 매우 대단한 거죠. 어느 장소에서 말없이, 아무런 정보 없이 봐도 이것은 자하 하디드의 건물일 거라고 상상할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아이덴티티 건축의 흐름을 만들었잖아요. 그런 점에서 DDP는 정말 훌륭한 거죠. 이런 멋진 공간이 만들어졌는데,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더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한 점 같아요.
5주년을 맞은 DDP에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DDP는 멈춰 있는 공간이 아니라 계속해서 발전하고 진화되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적인 이미지를 가진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하는 유기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외부 대관 행사 및 전시들이 매우 많은 편인데, 저는 DDP 내에서 자발적으로 기획하는 다양한 전시들도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OHS
진행 최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