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영상 ㅣ 디파이사옥, 정재헌
오픈하우스서울×기린그림
소통 & 공간
브랜드 스페이스의 시대에 기업의 이미지가 담긴 공간의 메시지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성장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업 디파이의 비전을 공간에 담아내는 일이 첫 번째 과제였다. 젊은 CEO와 더 젊은 20대 사원들이 열정을 쏟아 꿈을 이뤄가는 곳, 디파이는 새로움을 열망하며 현재를 넘어서고 싶어 한다. 창조적인 이들의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커뮤니케이션.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모든 사람과 소통하길 원한다. 시각과 청각, 촉감이 살아있는 소통의 공간, 누구나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디파이다.
연결과 경계
강남의 조용한 주거지역에 있는 디파이 사옥은 정면에는 고층 아파트가 장벽처럼 서 있고, 비슷한 규모의 건물들이 대지를 둘러싸고 있다. 곳곳에 들어선 근린생활시설 건물들이 주택가 거리에 새로운 활력을 만들고 있다.
디파이 사옥은 거리와 소통하면서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 저층부는 열고, 인접 건물과는 두꺼운 벽으로 강한 경계를 만들었다. 대신 1층 라운지를 반 층 올리는 스플릿 플로어(split floor)로 계획하여 내부공간을 시각적으로 보호하면서 동시에 지하 공간으로 빛이 흘러가도록 했다. 중정으로 확장된 1층 라운지는 수직·수평의 동선과 내·외부의 시선이 한번에 관통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이다. 분주한 움직임이 이뤄지는 장소의 특성상 자칫 산만하기 쉽지만, 여유 있는 공간의 크기와 분리된 시선의 방향, 그리고 자연의 생기가 어우러져 만남과 휴식을 위한 장소로 잘 사용되고 있다.
보이드와 단면
인터넷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현실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늘 모니터 앞에 있는 일상에서 잠시 하늘을 보고 바람을 맞고, 계절과 날씨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이 누구보다 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내부공간(solid)보다 외부공간(void)을 먼저 디자인했다. 하늘로 열린 중정을 안쪽에 배치하여 각 층의 내부공간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했다. 중정의 빛은 선큰 가든으로 이어진 빛의 벽을 타고 지하 공간으로 전해진다. 층고를 높이고, 최대한 개방감을 확보한 지하 공간에 흘러내리는 빛줄기는 때로는 강렬하고 때로는 부드럽게 공간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벽과 볼륨
3면이 벽으로 둘러싸인 중정은 빛과 자연이 움직이는 감성의 공간이다. 중정의 ‘벽’은 시선 차단의 목적보다는 오히려 정제된 풍경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창’으로 계획되었다. 사옥의 모든 공간에서 벽은 그 자체로 빛과 하늘이 연출하는 ‘미디어’로 시시각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의도적으로 두껍게 디자인된 벽은 볼륨으로 느껴질 만큼 무겁고 단단하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입면이면서 동시에 내부에서 경험되는 또 다른 입면이 된다.
사람과 마음
체화된 마음 이론(theory of embodied mind)에서 사람의 마음은 몸과 몸을 감싸고 있는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몸의 감각과 움직임이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생각과 감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오피스’의 기본 개념은 이제 ‘기능’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었고, ‘몸’의 편리함에서 ‘마음’의 편안함으로 확장되고 있다. 오피스는 이제 업무공간이 아니라 ‘집’과 같은 따뜻한 생활공간이 되어야 한다.
글 정재헌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