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영상 ㅣ Face-Lift Sangdo, 이승택, 임미정
대지 위치와 주변의 변화
상도동은 지난 10년 동안 재개발로 약 10,000세대의 아파트가 공급되었다. 상도 더샾, 상도 두산 위브, 상도 노빌리티, 상도 롯데캐슬 등으로 둘러싸인 지역의 안쪽에는 고립된 듯한 오래된 빌라촌이 존재한다. 빌라촌은 재개발 호재에서 비켜나 연립, 다가구 등 신축 건물과 노후화된 건물이 질서 없이 혼재되어 있다. 이 건물의 대지는 상도역과 장승배기역 사이 만양로를 따라 북쪽으로 진입하는 그 빌라촌의 초입에 위치한다.
주변의 아파트 단지로 인해 주거 공급률은 높아진 반면 대상지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주거 임대율은 낮아졌다. 아파트 거주민들을 위한 근린생활시설(상업시설)에 대한 수요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나 필지의 크기가 작아 사업성이 높지 않아 보였다. 협소한 대지면적 (62㎡)으로 신축할 경우 도로 산입, 주차와 사선을 고려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면적 대비 커다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30년을 다가구 주택으로 활용하며 임대 수익이 발생했던 건물에 대한 용도 변화가 요구되었다. 더불어 재개발의 남겨진 영역에 임대의 목적으로 난개발된 주변 풍경은 더는 집합체적 가치로서 문맥의 의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Face-Lift 상도’는 이러한 배경을 가진 옛 건물의 리모델링(대수선)에 대한 방향성을 제안한다.
용도의 변경과 대수선의 범위
자동차 산업에서 많이 쓰이는 ‘Face-Lift’라는 용어는 신차 출시 이후 풀 체인지(혹은 또 다른 신차개발)까지의 기간 동안 소비자의 관심을 다시 받아 상품성을 올리기 위해 내•외부에서 행해지는 디자인 변화를 통칭한다. 생산 라인을 바꾸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작게는 램프(Lamp), 범퍼(Bumper) 등의 교체부터 크게는 엔진 및 변속기를 비롯한 실내디자인의 변경까지 포함한다.
‘Face-Lift 상도’는 1인 기업이 건물을 사용하게 되면서 주변 주거의 맥락과 다른 건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외부 계단 동선, 주 출입구 위치, 내•외부 벽체와 공간의 크기 및 내외부 마감과 건축적 요소 등 다양한 범위에서 전방위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웹툰 작가이기도 한 건축주는 스토리의 기획, 출판, 전시 및 홍보 등 일련의 과정들을 층별로 실행할 수 있는 1인 출판사를 계획했다. 건폐율은 거의 다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구조 보강을 통해 1개 층 정도를 수직 증축하면 필요한 면적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임대 수익을 위한 최대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필요한 면적을 채워나가는 접근이 가능했기에 건물의 규모는 기존 주거지가 갖는 익숙한 스케일과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방, 거실 및 화장실의 위치와 크기 등 주거의 평면 구성은 근린생활과 다르고 층별 건축 면적이 10평 정도로 작은 공간임에도, 자유로운 공간 활용을 위해 기존의 공간은 철거되고 새롭게 구성되어야 했다. 계단을 지지하는 내력벽과 기존 세대별 현관이 연결되는 부위는 ‘형식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오프닝을 내어, 수직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할 때 사용되는 전이 공간으로 치환되었다.
기존 다가구 건물의 주 진입은 외부였던 계단실의 참에 설치된 유리문이었다. 도로에서 여유 공간 없이 강제하듯 바로 진입했기 때문에 새롭게 변화될 공간의 프로그램상 동선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이에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주 출입구를 옮기고 계단을 내부화하였다. 그 계단실을 따라 기존 옥상층을 내부로 연장하여 증축하고 물탱크실을 철거하면서 그 층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옥상 정원을 만들 수 있었다.
대부분 변형된 것에 반하여 또렷하게 옛 건물의 흔적을 남긴 요소가 있다. 기존 건물의 바닥을 철거할 때 모아둔 난방 배관 주위 자갈을 재사용한 것이다. 건물 전체의 각 층 바닥 무근 마감에 재활용하여 골재 면이 노출된 콘크리트 폴리싱으로 오래된 재료의 질감을 유지하였다.
구조의 보강과 공간의 사용성
최근 많이 이루어지는 대수선(리모델링)의 공간적 요소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만들어진 빈티지 미장면과 철재 기둥(Steel column)과 빔(Beam)의 철골 보강 조합이다. 최근 강화된 내진구조 설계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오래된 건물의 내력벽을 수정할 경우, 가장 보편적으로 철골로 프레임을 형성하여 구조적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자, 일종의 소비되는 멋이다. 그러나 최하층의 상황이 프레임의 하중을 전달하는 기초 부분 보강을 위해 장비가 들어서서 작업하기 어려울 정도이고, 좁은 바닥 면적과 낮은 층고로 인해 기둥과 보에 의한 공간 손실도 아쉬운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Face-Lift 상도’는 철골 대신 철근콘크리트 벽체 구조 보강을 통해 내부 사용 공간을 최대치로 확보하고 내진구조를 동시에 만족하였고, 더불어 대수선의 클리셰(cliché)로 대변되는 철골 부재의 요소를 의도적으로 감추었다.
프로그램의 기획과 층별 조닝
1층은 독립서점(+외부공간), 2층은 갤러리, 3층은 작가의 작업실, 4층은 공유 주방(+옥상 정원)이며 1인 출판사로서 기획부터 홍보, 출판 그리고 그 판매까지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이 수직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1층과 4층의 외부공간은 층별 행사 및 활동을 지원하고 프로그램이 외부로 확장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주 출입과 분리되어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를 위한 대기 공간이 되기도 하며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는 얇은 마당들이다.
간유리와 샷시로 막혀 있던 계단실은 채광과 풍경을 위해 또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머무름을 최대한 도시로 표출하기 위해 투명유리로 교체하였다. 변화된 내부 공간에 따른 새로운 입면은 층별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머무름을 최대한 노출할 수 있는 도시의 스토어프론트(storefront)가 된다.
새로운 입면과 가능성
기존 건물에는 ‘정면’ 즉, 얼굴이 없었다. 분명 도로와 접해 있으나 도로에서의 인상이 없었다. 반지하에 있던 주거 세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담으로 창문을 가렸고 2층과 3층은 마주하는 건물을 피하듯 작은 창을 가졌고 계단실은 불투명했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삼각형 포인트 장식을 가진 유리문이 곧 대문이자 출입구이며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던 불편한 장소였다. 붉은색 벽돌은 주변의 건물들이 문맥 없이 외부 마감을 뽐내는 동안 연관성을 잃었다. 입구를 북측으로 옮기면서 반 층 내려가는 전이 공간을 형성하고 이를 2층의 갤러리까지 수직으로 연결하면서 좁고 높고 깊은 주 출입구로 건물의 인상을 바꿨다. 1980~90년대 적벽돌 치장마감은 단열 보강과 더불어 완전히 다른 두 재료, 거친 천연석과 알루미늄으로 가리고 계단 형태의 반복적 기하학과 더불어 새로운 입면의 질서를 만들어낸다. 알루미늄 클래딩은 매끈한 질감의 가벼운 기단부를 형성하면서 혹두기 천연석의 거친 질감으로 무게감을 더한 상층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글 stpmj 사진 배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