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비트윅스트, 조병수 비트윅스트(Be-twixt)는 건물을 두 개의 상자로 분리하고 그 사이로 공용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의 진입을 돕고 바람길을 만들어냈다. 건물 중앙에 외부 공간을 두고 계단실을 만들면서 사람들의 움직임이 교차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청담동의 높은 땅값을 생각하면 대부분 낭비라고 하겠지만 이 빈 공간 덕분에 건물 내부의 환경은 훨씬 풍부하고 쾌적해졌다. 과감하게 비움으로써 더 좋은 건물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축가의 믿음이 반영된 건물이다. 외벽에는 콘크리트와 레진, 유리 재료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이곳에 영상물을 투영하면 다양한 표정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다. 비트윅스 지하층은 높은 천장고 덕에 유치원 체육실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 이 공간을 건축 가구 전시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약간의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했다. 막혀있던 중층공간을 트고, 계단으로 연결하여 분리되어 있던 세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조직하고 있다.
OPENHOUSE 그안 (웰콤시티와 연계), 승효상 웰콤시티에 있는 그안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웰콤시티 기단부 공용 공간, 그 중심부에서 계단을 오르면 ‘그안’과 만난다. 스페셜 이벤트 <셰프의 공간>의 하나인 그안은 웰콤시티의 오픈하우스와 연계해 레스토랑의 내부 공간을 둘러볼 예정이다. 웰콤시티는 광고회사 웰콤(Welcomm)의 사옥으로 2000년 완공되었으며 현재 커뮤니케이션 회사와 창업 회사가 모인 ‘광고인들의 작은 도시’로 자리잡고 있다. 웰콤시티는 노출콘크리트의 하얀 상자가 건물의 포디움(기단부)을 이루고 그 위로 코르텐이라는 내후성 강판으로 마감한 네 개의 붉은 상자가 얹히면서 과감하게 세 개의 빈 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 보이드(void) 공간은 뒤편 밀집된 주택들에 열린 틈을 내주면서 큰 규모가 들어오면서 막힐 수도 있었던 도시의 조망과 풍경을 연결하고 있다. 건축가는 웰콤시티가 이 빈 틈을 통해 보이는 다양한 풍경을 담는 담담한 틀이 되길 바랐다. 저층부의 포디움은 공용공간으로 사용되며, 상부 4개의 상자는 각각 업무 공간으로 구성되며 이를 사이의 외부 공간을 통해 연결하고 있다. 특히 코르텐이라는 재료는 본래 도장이 어려운 교량을 위해 만들어진 철로, 5년에 걸쳐 서서히 부식하면서 스스로 코팅막을 형성하는 재료인데, 당시 공기를 단축하고 주문 조립 제작이 가능한 점에서 건축 외장재로 새롭게 시도되었다. 내부와 외부의 재료를 일체화시켰고 코르텐 상자 내부는 합판을 덧대어 가벼운 박스의 느낌을 유지하고 있다. 건물 사이를 과감하게 비우고 그 공간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낸 건축가 승효상의 대표작이다.  사진 Osamu Murai
OPENHOUSE 현대카드 본사 3관, 최욱 카드 공장을 품은 오피스빌딩. 여의도에 위치한 현대카드 본사 3관은 디지털 화폐인 카드의 생산 과정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노출한 공장과 직원 편의시설 중 하나인 어린이집, 그리고 오피스 기능을 수용한 복합용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다. 건축물은 북쪽 출입구를 가지고 있어서 로비가 어두웠는데, 남측 빛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밝은 실내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건축물의 파사드는 현대카드 본사의 격자형 이미지를 연장하였지만 미장 재료를 사용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구현했다. 또 최상층으로 올라갈 수록 창호의 그림자가 깊어지는 효과를 만들어 고층건물의 시각적인 안정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어린이집은 오피스 빌딩에 들어가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건축가 최욱은 자체적으로 하나의 독립된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하나의 성격을 부여하고자 했고, 공간에서 배우는 교육을 실현하고자 했다. 카드가 생산되는 과정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카드 팩토리는 ‘돈의 의미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호기심과 욕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돈이 만들어지는 공장의 소음과 기계장치의 움직임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상층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천창의 빛을 끌어들였다. 기계 장치의 움직임과 자연 빛의 만남은 오래된 공장의 틀을 유지한 채 미래의 이미지를 동시에 고려한 것이다.   사진 원오원팩토리
OPENHOUSE 후암동 NOOK, 김승회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후암동 일식주택을 리노베이션한 건물로, 아주 좁은 골목 안을 유심히 살펴야 비로소 산비탈 축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 집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역 건너편 남산 자락에 8평짜리 대지 위에 총면적 13평 규모로 대수선한 초소형 건축물이다. 건축가 김승회는 80여 년 동안 여러 번 덮어 씌워진 세월의 두께를 조심스레 걷어내고, 허약해진 구조를 튼튼하게 보강하고, 새 주인이 필요에 맞게 최소한의 변형만 가했다. 리모델링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원형 복원에 가까운 작업을 거쳐 건축주의 작은 사랑방으로 거듭났다. 허름하고 보잘것없어 보였던 옛날 집이 세월을 거슬러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건축주 이호영 교수의 안목과 취향도 큰 역할을 했다. 낡고 누추한 것에 스민 숨어 있는 가치를 감지하고, 그 보존의 의미와 가치에 공감한 건축주는 이 집의 특별한 공간을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며 에어비앤비로도 운영하고 있다. 사진 김재경
OPENHOUSE 동화고등학교 삼각학교, 네임리스건축 네임리스건축(나은중, 유소래)이 남양주시 동화고등학교에 설계한 새 건물로, 그동안 답습되어 온 무미건조한 학교 건물의 전형을 과감히 깨트렸다. 삼각형 모양은 기존 캠퍼스에 일반적인 일자형 긴 학교 건물을 추가해서는 시야와 동선이 답답하게 막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한 결정이다. 삼각형을 이루는 세 변은 각각 대지에 있던 옹벽의 경계선, 부정형 운동장을 반듯하게 만들어 줄 경계선, 중학교에 열린 마당을 만들어 줄 경계선을 따라 정했다. 건물 공간의 핵심은 하늘로 열린 삼각형 중정이다. 중정 주변으로 보이드 공간을 둠으로써 2, 3층이 하나의 열린 공간이 되고, 이를 통해 삭막한 복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직 루버가 달린 투명한 유리 입면은 운동장으로부터 빛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불필요한 시선은 적절히 차단해준다.  사진 노경
OPENHOUSE 투문정션, 문훈 건축가 문훈이 설계한 근린생활시설로 그의 키치적 미학이 비교적 얌전하게 표현된 건물이다. 건물 정면에는 두 개의 달을 형상화한 큰 곡면이 움푹 파여 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두 개의 달은 교묘하게 겹쳐진다. 문자 그대로 ‘two moons junction’이다.  '투문정션'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따온 건물 이름은 로맨틱한 장소를 만들고 싶은 건축주의 바람에서 출발되었고, 그것이 곧 이 건물의 디자인 테마가 되었다. 이런 희한한 형태를 저예산으로 실현해낸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적은 예산에서 맞추기 위해 가장 평범한 상자 모양을 잡고, 거기에 달이 충돌해서 생긴듯한 표면을 새겨 넣었다.  두 개의 달이 새겨진 입면은 공간으로서의 간판이다. 옥상 테라스와 2층에 발코니를 통해 건물 속 이벤트를 슬쩍 드러냄으로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의도했다. 양쪽 측면에는 원형 창이 나 있고 모서리 부분에는 건축주의 별자리를 딴 조명이 새겨져 있다. 이런 장식적 요소들은 무표정하게 지어지기 일쑤인 근린생활시설에 인간적이면서 유쾌한 연결 고리가 된다. 사진 남궁선
OPENHOUSE 세계장신구박물관, 김승회 서울의 북촌은 조선시대로부터 오늘날까지 이르는 시간의 깊이가 빚어내는 장소이다. 시간이 박혀있는 도시에 설계를 한다는 일이 결국 시간과 관계를 맺는 일이라면 북촌의 세계장신구박물관 설계 역시 서로 다른 시간을 하나의 장소 안에서 조작하는 일이다. 북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2층 양옥을 고쳐 장신구 박물관으로 만드는 일은 북촌이라는 오래된 풍경과 장신구라는 아름다운 전시물이 건축물을 매개로 만나게 하는 즐거운 작업이었다. 장신구박물관이 의식해야 하는 시간의 성좌는 두 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는데 하나는 북촌이 이루는 켜이고 또 하나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장신구들이 발산하는 켜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아메리카 등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을 지닌 장신구들이 마치 기적처럼 한 장소에 모여 있으며 새로운 시간의 무늬를 만들어낸다. 기존 주택을 리노베이션하여 새로운 박물관으로 만들면서 각각의 장신구들이 그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전시되는 것이 과제였는데, 그것은 각각의 공간이 연속되어 있으면서도 개별성을 지녀야 함을 의미했다. 다행히 기존 주택이 지닌 공간의 구조는 장신구를 전시하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각각의 분절된 공간마다 독립된 주제를 지닌 장신구가 전시되어야 했으므로 각각의 공간은 고유한 특징을 지니도록 배려했다. 각각의 전시공간은 ‘정원’, ‘숲’, ‘엘도라도’, ‘십자가’ 등의 주제를 지니면서 차이를 만들어내었다. 공간의 크기와 재료, 빛과 촉감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전시 관람 시간을 분절하고 또 이어주었다. 그 결과 작은 공간이지만 관람객은 많은 공간의 주름과 시간의 켜와 경험의 단층을 누리게 되었다. 북촌의 시간과 공간이 지닌 중요한 특징이 각각이 지니고 있는 스케일이라면 북촌에 놓인 집 역시도 그 작은 스케일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존의 주택에 새로운 외피를 붙여나가면서 그 볼륨이 지니는 분절들에 고유한 재료를 부여하면서 매스와 재료의 스케일을 획득했다. 그리하여 동판과 적삼목, 유리와 철이 서로 만나면서 각각의 재료가 지는 시간과 공간을 증거하며 ‘하찮은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의미있는 북촌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세계장신구박물관은 성좌와 같은 도시 공간 안에 놓여 있으면서, 다시 그 집속으로 장신구가 이루어내는 새로운 성좌를 품고 있는, 작은 시간이자 작은 공간이다. 글 김승회  사진 강일민
OPENHOUSE 더 엠 빌딩, 핸즈코퍼레이션 사옥, 김찬중 최근 완공된 한남동 더 엠 빌딩은 한 기업의 사옥이다. 내부 공간과 외부 발코니의 관계를 풀어내면서 마치 건물 외관은 허공에 각 층이 떠있는 듯하다. 넓고 얇은 핸즈코퍼레이션 사옥과 달리 좁고 긴 더 엠 빌딩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대지에 접근하는 방식을 비교해볼 수 있다. 최근 완공된 더 엠 건물의 오픈하우스 프로그램 진행 후 대로변에 강렬한 형상을 남기고 있는 핸즈 사옥은 건축가의 설명과 함께 외부 관람만 진행한다. 사진 김용관
OPENHOUSE 어둠속의 대화, 와이즈건축 와이즈건축(전숙희, 장영철)이 설계한 ‘어둠속의대화 북촌’은 오로지 〈어둠속의 대화〉라는 전시만을 위해 지은 건물이다. 관람객들은 90분 동안 완벽한 어둠 속에서 온몸의 감각으로 일상의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 건축가는 ‘감각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이 건물이 담고 있는 전시의 의미를 표현하고자 했다. 건물 전면을 은은하게 덮고 있는 16장의 발은 이를 가장 잘 드러낸다. 손으로 얼기설기 짠 듯 보이지만 정교하게 제작되었고, 시선을 가리는 듯 보이지만 안과 밖의 경계를 편안하게 관통한다. 2층에는 '떼레노'라는 스페인 음식점에서 이 발의 정수를 한껏 즐길 수 있다. 건물 왼쪽 측면에 오른쪽으로 크게 감아 오르는 외부 계단도 이곳의 숨은 보물이다. 이 계단을 따라 오르면 건물 구석구석 숨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풀, 나무, 돌들을 발견하게 된다. ‘마른 계곡’이라고 부르는 이 특별한 외부 공간은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사진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