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아파트를 말하다, 건축가 황두진
『무지개떡 건축』(메디치미디어, 2015),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해냄, 2005), 『한옥이 돌아왔다』(공간사, 2006) 등 도시에 대한 건축적 발언을 이어온 건축가 황두진은 ‘무지개떡 건축’으로 이름지었던 복합용도 건축물 중 상가아파트를 집중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했다. 상가아파트에 대한 건축가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출발해 상가아파트가 가진 도시적 가능성, 그 유형이 남긴 의미에 대한 탐사는 우리의 도시에 필요한 도시건축의 유형을 발견하는 과정이며 이를 현대적으로 다시 적용하려는 건축가의 노력을 담고 있다.
오픈하우스서울 2017의 세번째 테마는 건축가의 성실한 탐사 과정을 따라가며 수집한 자료와 함께 도시적 상상력을 더할 수 있는 건축가 황두진의 ‘상가아파트를 말하다’ 답사와 강연으로 구성된다. 30여 차례에 걸쳐 진행된 상가아파트 탐구는 『가장 도시적인 삶-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10월 발간 예정이며, 이번 테마를 위해 서문의 일부를 소개한다. OHS
가장 도시적인 삶-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이 책은 상가아파트의 전체적 구성, 그리고 건물과 도시가 만나는 방식에 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즉, 개별 상가아파트의 특성 못지 않게 도시건축의 유형으로서 상가아파트의 보편적 가치를 조망하고, 그 존재를 다시 알리며, 나아가 이를 재구성하여 현대에 다시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개별 유니트에 대한 관심은 부차적이었고, 따라서 내용상 필요한 정도만 언급했다. 왜 지금 이런 유형의 건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가는 전작인 ‘무지개떡 건축’에서 밝혔거니와, 다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고도성장기에는 교외의 확장이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도시의 수평적 팽창과 이동시간의 증가가 수반된다. 이 과정에서는 오히려 도심의 인구가 감소한다. 상가아파트는 이러한 현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기 이전의 건축 유형으로 그 상당수는 전통적 구도심이거나 도심 외곽의 교통 거점에 자리잡고 있었다. 즉 상가아파트는 애초부터 전원형이 아닌 도시형 유형이었다. 반면 단지형 아파트는 비록 현재 도시형 아파트의 대세이기는 하나, 근본적으로 전원형 유형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다.
한편 고도성장기 이후에는 인구의 도심 회귀가 일어난다. 유럽 도시에서는 이미 관찰되고 있는 현상으로서, 파리의 경우 1970년대에 야심차게 개발한 근교 신도시의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하위중산층의 도심 진입은 이미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2015년 1월 5일자 서울연구원의 ‘세계도시동향’에 의하면, 파리 도심이 고급주택지로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파리 시청은 도심 일정 지역의 주거용 건물을 소유한 사람은 이를 공공에게 우선적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서울의 경우 아직은 인구의 수도권 전출로 전체 인구가 다시 1000만 미만으로 내려가 있지만, 조만간 도심으로의 회귀가 시작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건축적 유형은 무엇일까? 우선 단독주택은 기본 밀도의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으므로 보편적 유형의 가능성이 전혀 없다. 기존의 단지형 아파트는 의외로 토지 이용의 효율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도시의 기본 에너지인 거리의 활력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기존의 다가구, 다세대, 연립주택들은 기본 밀도는 어느 정도 충족하고 도시맥락의 유지에도 공헌하지만 대부분 주거 단일용도인 경우가 많아 거리에 대해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 즉, 도시의 기본 밀도를 충족시키면서, 복합 기능을 통해 거리의 활력에 기여하고, 도시의 기존 맥락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할 수 있는 유형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무지개떡 건축이다. 그리고 그 시원적 형태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상가아파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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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30일 목련원에서, 황두진
『가장 도시적인 삶-무지개떡 건축 탐사 프로젝트』 서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