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 건물을 벗어나, 공간이 하나로 통하는 사무실
부암 북빌딩은 ‘연결’이라는 핵심 개념을 가졌다. 또한, 따뜻한 색감의 재료와 마감 등으로 집과 같은 사무실을 만들었다.
부암 북빌딩은 바다 출판사의 사무실과 동네서점을 겸한 신축 건물로, 건축주는 약 20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동네서점 및 작가 강연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을 요청했다. 어떻게 소규모 사무실 건물에서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다양한 천장 높이의 사무실 공간을 반 층씩 엇갈리게 배치하고 엇갈린 틈새에 실내 창문을 설치함으로써 다른 층의 사람들과 서로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실내 창을 통해 직원들의 시선과 자연광이 다른 공간으로 전달되어 다른 부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하나의 건물 속에서 일하고 있다는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반 층씩 어긋난 사무실 덕분에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실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다. 계단실에서 스쳐 지나가며 만나는 기회도 늘어난다. 계단참에 소규모 회의실을 두어 출판사의 모든 팀이 빠르게 모여 짧은 회의를 자주 할 수 있도록 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무실 내의 신선한 공기에 대한 요청이 커짐에 따라 곳곳에 테라스나 옥상정원 같은 반(半) 외부공간을 설치하였다. 사무실과 직접 연결된 테라스와 옥상정원에는 테이블과 전원 플러그가 있어 내·외부를 쉽게 옮겨 다닐 수 있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일할 수 있다. 또한, 사무실과 코어 사이에 실내창을 두어 맞바람 환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단단한 상자 형태의 건물에 동일한 크기의 창문을 만들었다. 창문 위치는 내부 공간에 맞추어 미묘하게 조정되어 내부의 어긋한 공간을 암시한다. 외장재인 스플릿 블록의 요철에 의해 하루 동안 변하는 햇빛의 각도에 따라 건물의 표정이 바뀐다. 출판사 사무실이라는 기능과 연관시키자면, 오래된 책이 꽂혀있는 책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사무실을 위해 따뜻한 색의 염료를 섞은 시멘트 몰탈로 내부를 마감하고 철사 브러쉬로 표면을 긁어서 온화하게 빛을 흡수하는 벽을 만들었다.
글 조성익 사진 송유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