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ㅣ 꺾인 지붕 집

서울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남짓, 산과 논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지역에 자리잡은 꺾인 지붕 집은 대지의 지형을 따라 흐르는 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고, 주변 자연 경관과 건축물의 근원적인 관계를 끊임없이 고찰한 결과물이다.

 

모든 사물을 가로지르는 에너지의 흐름, '기'에 대한 건축가의 이해를 바탕으로 지어진 꺾인 지붕 집은 산의 비탈진 경사면을 따라 지붕을 꺾어 건축물이 본래 지형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하였고, 아래 부분은 땅 속으로 끼워 넣는 형식으로 설계되어 건설 시 파내야 하는 흙의 양을 최소화 하는 등 건설 공사 효율성을 높였다. 주변 자연 환경을 생각하여 자연의 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산의 경사면에 지붕 면을 맞추고 아래쪽은 차도와 접하기 위해 수평적으로 만들어 독특한 형태를 만들어 내었다.

 

기울어진 지붕은 아웃도어 테라스로도 활용이 된다. 지붕에는 3개의 박스 모양으로 파여진 공간이 있는데, 앞쪽의 두 개는 각각 지붕 면에서 70cm, 80cm 내려앉은 공간이고, 하나의 지붕에서 바닥 면까지 뚫린 중정이다. 낮게 내려앉은 2개의 공간은 사람이 걸터 앉을 수 있어 아웃도어 가구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그 아래 위치한 침실과 부엌의 서로 다른 실내 공간의 사용을 구분 짓는다. 중정은 자연광을 끌어들여 실내 공간을 더 넓어 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콘크리트와 검정 나무 외장재의 무거운 느낌과 달리 내부에 사용된 밝은 색감의 자작나무 합판은 따사로운 실내 분위기를 한층 더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준다. 중정을 따라 곡면으로 처리된 내부 벽면은 거실과 서재로 인해 형성된 삼각형 모양의 코너를 부드럽게 해준다. 중정은 한국 여름의 남풍 바람이 남측 창으로 들어와 부엌 쪽의 높은 지붕면을 타고 빨려나가도록 하여 맞통풍이 되도록 설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