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03

의자를 생각하다, DDP 소장품 탐색

김신 디자인컬럼니스트

2019년 5월 25일 2:00PM
서울 중구 을지로 281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오토 체어_피터 카프 Oto Chair_Peter Karpf (사진_서울디자인재단 제공)
팬톤_베르너 팬톤 Panton Chair_Verner Panton (사진_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일시: 5월 25일 오후 2시

집결지: DDP 인포 센터(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 방향)


글자만큼이나 빈번하게 만나고 사용하는 의자는 평소에 좀처럼 생각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이다. 반면에 의자만큼 자기를 봐달라고 소리 치는 사물도 많지 않다. 가구 중에서 의자는 가장 다양한 형태로 변주된다. DDP는 매우 기능적인 의자부터 조각 같은 의자, 장인의 정성과 땀이 들어간 공예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의자를 컬렉션하고 있다. 의자는 반드시 공간 속에 속해서 그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DDP의 의자들을 성격에 따라 분류해서 그 의미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01 의자는 환대한다
의자는 사람의 몸이 앉는 물리적인 형태의 가구이기 이전에 ‘자리’라는 추상적인 의미를 갖는다. 의자란 기본적으로 거기에 앉는 사람을 환대해주는 존재다. 누군가를 초대하고 그를 반길 때 우리는 반드시 의자를 내어주고, 반면에 누군가를 배제하려고 하면 먼저 그의 자리를 없앤다. 그에게 의자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의자 앉기 게임은 자리 차지하기와 배제하기의 의미를 갖는 의자의 성격을 잘 말해준다.

02 의자는 사람의 몸을 닮았다
의자는 걸터앉을 수 있는 스툴부터 몸을 완전히 감싸는 윙백 체어에 이르기까지 신체와 어느 정도 닮았느냐에 따라 기능별로 분류할 수 있다. 다리, 좌석, 등받이, 팔걸이, 목 받침까지 구비된 의자는 인간의 신체와 정확히 일치한다. 또한 등받이가 없는 스툴은 등받이가 있는 의자에 비해 간편하지만 기댈 수 없으므로 그 사람을 덜 대우해주는 것 같다.

03 앉는 자세에 따른 다른 기능의 의자들
사람이 앉기 시작하면서부터 앉는 자세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앉는 자세는 단지 편안함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다. 앉는 자세는 권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넓은 등받이와 높은 팔걸이를 가진 의자는 그곳에 앉은 사람을 거만하게 보이게 만들며, 그런 의자에는 대개 권력자가 앉는다. 라운지 체어는 몸을 깊숙이 눕도록 만들고, 세이즈 롱(chaise longue)은 긴장을 완전히 풀어주고 즐거운 낮잠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긴 벤치형 스툴은 비록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곳에 앉은 사람들을 친밀하게 만들어주며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04 재료와 기술 혁신의 의자들
의자의 창의성은 당대 재료와 기술의 발전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각 시대별로 혁신적인 의자의 탄생은 새로운 재료/기술의 탄생과 함께한다. 강철관, 2차원 성형합판, 3차원 성형합판, 섬유유리, 플라스틱, 펠리클 등 재료가 곧 시대를 대변해왔다.

05 구조의 다양성과 창의성, 디자이너들의 태도
의자의 원형은 다리 4개가 상판을 받치고 있는 구조다. 그것은 집의 기본 구조와도 닮았다. 또한 테이블의 구조와도 같다. 하지만 상판이 넓은 큰 테이블과 달리 의자의 상판은 비교적 작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에게 구조의 혁신에 대한 동기가 되었다. 한 개의 다리, 또는 다리 없는 받침대만으로 이루어진 의자 등 다양하다.

06 모더니즘 vs 포스트모더니즘
모더니즘의 의자들은 대체로 기능주의를 따르려고 노력한다. 기능은 편리하게 앉는 기능뿐만 아니라 생산, 이동, 관리 모든 면에서 기능적이어야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를 갖게 되고, 이것은 엄격함을 낳는다. 반면에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에 반하므로 그러한 엄격함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한다. 모더니즘 의자도 개성을 추구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의자들은 더욱 강한 개성을 추구하고 표현의 대상으로 의자를 생각한다.

글 _ 김신 / 사진 _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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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김신 제공
김신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미술 이론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월간 <디자인〉 기자 및 편집장으로 있으며 199회의 잡지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림미술관 부관장으로 있었다. 2014년부터 독립해 프리랜스 칼럼니스트로 여러 신문과 잡지, 온라인 미디어에 디자인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론, 디자인사, 디자인 비평, 이미지 기호학, 서양미술사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디자인 저술 활동과 디자인 강의를 통해 디자인 이론의 대중화에 힘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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