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정유헌(停庾軒)

이승호(리아 아키텍츠)

2024년 10월 26일 1:00PM
서울특별시 광진구 영화사로 51
참가비 10,000원
사진_노경
공사 전 모습(사진_이승호)
사진_노경

45년 된 추억의 집을 기초로, 새 집을 써내려가다

도시는 최대한의 건폐율, 용적률로 채워진 중소규모의 주택들이 대부분이라 밀도가 높고 건물 간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다가구, 다세대주택들이 즐비한 주거지역, 그 가운데에 정유헌(停庾軒)이 위치해 있다. 건물의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5층이고, 제2종 근린생활시설 및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로와 접해 있는 지하 1층(주차장, 근린생활시설)을 통해 정유헌에 접근할 수 있다.
정유헌은 노후화된 옛집을 철거하고 다시 신축한 집이다. 철거 전 옛집은 동네에서 얼마 남지 않은 마당이 넓고, 나무가 많은 2층 단독주택이었다. 자연환경을 잘 유지한 덕에 지역에서 나무 많은 집으로 불리거나 주변 아차산에서 새들이 자주 찾아오는 집이었다. 건축주는 건폐율, 용적률은 확보하되, 자연환경을 다시금 조성하여 이전처럼 새들이 찾아오고 풀벌레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집을 원했다. 
정유헌은 빽빽한 도심 속 쉴 수 있는 여백을 만들고, 새로운 요소를 구축하여 중소규모 주택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공간과 기억, 행위
이 대지는 건축주 가족이 4대에 걸쳐 45년간 살았던 터로 이전 집의 노후화로 새로운 삶의 모습을 담기 위해 신축을 하게 되었다. 건축주는 옛집의 모습은 없어지지만, 이 터에서의 ‘기억’들과 내·외부 공간에서의 ‘경험’들이 새로운 태도로 변환되어 이어져 가길 바랐다. 기억은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신축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한 지역에 자리한 옛집에 대한 기억을 통해 새집과의 연결점을 만들고자 했다. 옛집의 요소들(old) 중 어떤 것을 새롭게 변환할 것인지 고민했다. 옛집의 1층 마당, 조경, 2층 베란다 등에 대한 기억과 행위들은 새집을 계획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다. 이 요소들은 이 집의 나이만큼 가족의 역사가 담겨있었다. 기단부, 주차장, 주 출입구는 옛집의 맥락을 고려하였고, 이전의 수평적인 넓은 마당은 수직적인 베란다, 발코니로 변환되어 각 세대의 작은 마당으로 계획되었다. 특히 건축주가 거주하는 3층 베란다는 옛집 베란다의 크기를 고려하였고, 계절별 놀이, 빨래 건조, 김장, 캠핑 등 기존 집에서의 기억과 행위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전 앞마당에는 단풍나무, 측백, 라일락 등이 심겨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신축하면서 새로운 식재를 심기도 했지만, 기존에 있던 수종들을 1층 정면부, 측면부의 테라스, 후면부의 중정 등에 분산 배치했다. 또한 기존 정원석들을 남겨두어 옛집의 기억과 행위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자연과의 접점
중정, 공용공간(계단실, 홀), 외부 데크을 통해 자연과의 접점을 모색하며 건축과 사람, 자연이 소통하는 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했다. 1층 북향에 위치한 중정은 건물 내부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을 유입시키고, 건물 내 공기를 순환하게 하여 밝고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중정은 도심 속 틈을 만들면서 거주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쉼을 주는 구심점이자 정유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지하 1층부터 5층까지 연결되어 있는 공용공간(계단실, 홀)은 단순한 수직 이동을 넘어 걷고 멈추어 명상, 사색을 할 수 있는 산책로와 같은 공간이 되도록 했다. 1~3층 계단실은 중정과 연결하여 실내와 외부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했고, 3~5층 계단실, 홀은 천창, 고측창을 통해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북쪽에 이웃한 집과 맞닿아 있어 답답했던 공간은 다양한 창을 통해 들어온 빛으로 환해지고, 콘크리트 벽에 비친 빛과 그림자는 차가운 콘크리트의 물성마저 잊게 한다. 공용공간에서 거주민들은 자연의 풍경을 느낄 수 있다.
각 층의 외부 데크는 작은 마당 역할을 하는데, 식물을 가꾸거나,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놀이를 하는 등 계절, 날씨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하며 자연환경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다층적 관계의 연결
건물의 파사드는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건물의 얼굴이자 고유한 정체성을 나타내고, 도시의 풍경을 구성하며, 도시민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보행자와의 관계에서 파사드는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공간을 인지하게 하며, 도시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유헌의 파사드를 계획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인지, 기억, 연결’이었다. 대지는 지리적으로 삼거리에 위치하여 어디에서도 인지하게 되며, 보행자로 하여금 건물을 기억하고 동선을 유도하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건물의 매스는 도로의 형태와 흐름을 고려했고, 매스의 볼륨감과 곡선이 잘 표현되도록 STO외단열시스템을 마감재로 선택하여 흰색(매트 질감)/검은색(러프 질감)으로 대비하여 적용했다. 건물을 쉽게 인지・기억하게 하며, 햇빛의 위치와 밝기, 계절, 시간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저층 기단부는 노란나무대문집이라 불리던 이전 집의 맥락을 고려하여 송판노출콘크리트로 마감했다.

공동주택에서의 삶은 공동체보다는 가족, 개인 생활 중심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 개인적으로 적정한 거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면서 개인 중심의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인간은 결국 사회적인 동물로 공동체-가족-개인 간의 적정한 관계를 형성하고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유헌에서는 건물 내부와 외부, 건물과 도시,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등 다양한 요소를 연결하여 통합적인 공간을 제안했다. 세대 간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하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 거주자들에게 정서적,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자 했다. 각 층에 한 세대만 거주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공용공간, 현관, 거실, 외부 데크(테라스)를 하나로 연결해 수평적 순환구조로 계획했다. 또한 외부 데크는 개인의 공간이면서 다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반공공공간의 역할을 한다. 동네의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고, 다른 층의 거주자와 인사 나눌 수 있어 사람들의 심리적, 사회적 연결을 꾀했다.

리아 아키텍츠 사진 노경


리아 아키텍츠
liaa-architects.com

이승호
이승호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조성욱 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8년부터 리아 아키텍츠(LiAA_architects)를 운영하고 있으며, 도시, 건축, 자연, 사람, 사물 등 상호 간의 관계성과 대지의 장소성에 대한 관심을 두고 건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 중곡동 정유헌, 미사 근린생활시설이 있다. 현재 동양대학교 디자인학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설계: 리아 아키텍츠(이승호)
위치: 서울시 광진구 영화사로 51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및 공동주택(다세대주택)
대지면적: 298.20 ㎡
건축면적: 176.09㎡
연면적: 790.49㎡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높이: 18.78m
주차: 6대
건폐율: 59.05%
용적률: 192.42%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STO외단열시스템, 송판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 친환경수성페인트, 노출콘크리트, 실크벽지, 포세린타일, 강마루, 콘크리트폴리싱
구조설계: 터구조(주)
기계·전기설계: (주)성지이앤씨
시공: (주)우리마을에이엔씨
조경: 조경상회 스튜디오엘
의뢰인: 한강23 (개인건축주 9명)
Map서울특별시 광진구 영화사로 51
건축가이승호(리아 아키텍츠)
일시2024년 10월 26일 1:00PM
위치서울특별시 광진구 영화사로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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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정유헌(停庾軒), 이승호(리아 아키텍츠) 오픈하우스 진행: 이승호 45년의 세월이 깃든 고택의 기억을 품고,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은 정유헌을 찾았습니다. 밀도 높은 도시 속에서 여유로운 쉼의 공간을 빚어내고, 창의적인 건축 요소들을 더해 중소규모 주택의 미래를 엿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OPENHOUSE 정유헌(停庾軒), 이승호(리아 아키텍츠) 10월 26일 1:00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