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프라즈나의 집

임형남, 노은주

2018년 10월 13일 1:00PM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프라즈나의 집’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집이다. 마치 집이 숲으로 들어가는 배처럼 보인다. 땅의 형상도 배처럼 생긴 오각형이다. 그리고 그 배의 선수에는 백 년쯤 되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감나무가 속을 비운 채 하늘을 향해 수많은 가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건축주는 네 식구와 반려견이 살 집이며, 주거 공간과 별도의 작업실이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땅에 있는 멋진 감나무가 잘 보존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집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내용은 ‘성찰’이다. 부인은 차(茶)를 공부하고 차를 마시며, 남편은 업무 시간 외에는 불교를 공부하고 좌선을 한다. 가장 먼저 집의 전면에 차를 마시는 공간을 두었고, 집의 가장 깊숙한 곳에 좌선을 위한 공간을 배치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을 위한 방들과 식당, 욕실 등으로 구성했다.
북쪽으로 갈수록 더 높아지는 대지 조건을 이용해 각 공간을 조금씩 다른 높이에 앉혔다. 그렇게 되면 공간들은 각자의 좌표가 생기고, 각각의 정체성도 생길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감나무를 둘러싸며 집의 기능들을 붙여 나갔다. 감나무는 집의 중심이 되며 몇 개로 나뉜 집의 덩어리들을 모은다.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은 땅 경계에 가깝게 물러났고, 그 방들은 안팎을 아우르는 어떤 움직임으로 다시 묶인다. 마치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동선처럼 집을 관통하게 만드는 선을 그었다. 방들과 마당, 테라스는 통로를 통해 이어진다. 말하자면 집의 시작과 끝, 내부와 외부가 이어지며 서로 맞붙어 있는 것이다. 집의 주요 공간과 감나무 사이에는 한 사람이 겨우 몸을 누일만한 목조로 만든 작은 명상 공간을 두었다.
‘프라즈나의 집’은 산이 집으로 들어오고 집이 산에 안기며, 집의 안과 밖이 서로 얽혀있는 집이다. 주인은 산과 가장 가까운 곳에 초막을 짓고 그 안에서 세상을 관조한다. 그리고 무작위의 공간들을 꿰어나가는 동선이 이 집의 핵심이다. 불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에 있다. 그 깨달음은 경계가 없는 지혜를 얻어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절대적인 상이나 절대적인 위치는 없다. 모든 존재는 실체이며, 또한 그림자이고 영혼이며 육체이기도 하다.
집이라는 공간 역시 하나의 길이라고 하면 그 길은 깨달음이나 지혜로 이르는 길일 수도 있고, 인간의 불완전성을 완전하게 만들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프라즈나(prajna): 지혜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여기서 지혜란 현명하다는 의미가 보다 확장되어, 모든 것을 막힘 없이 두루두루 알면서도 경계가 없는, 이를테면 가장 이상적인 지혜를 의미한다. 즉 ‘인간이 진실한 생명을 깨달을 때 얻어지는 지혜’다. 다른 종교와 달리 불교의 목표는 내세에 대한 구원이나 현세의 지복이 아니라 욕망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해탈을 통해 반야를 얻는 것이 불교의 가장 큰 줄기다. 그것은 앞으로만 전진하기보다 잠시 뒤로 물러나 세상을 보는 것이고, 욕망이 기억을 거치며 생겨난 여러 가지 왜곡된 혼돈을 걷어내는 것이다. 혹은 그런 과정을 거치며 걸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가온건축 사진 김용관


가온건축(studio_GAON)
임형남과 노은주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1998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공존하는 집을 만들고자 한다.
금산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언포게터블, 미장아빔 등을 설계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유니세프 관련 청소년 시설,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 사회 관련 설계를 진행했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에 건축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풍경화첩> 등 11권의 저서를 냈다.


설계 임형남, 노은주 in studio_GAON
설계 담당 이상우, 손성원, 이성필, 이한뫼, 문주원, 이민우
번역 이민혜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355㎡
건축면적 164.13㎡
연면적  199.29㎡
규모 지상 3층
높이  9.6m
건폐율  46.24%
용적률  56.14%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일반목구조
외장 스터코 마감
감리 건축사사무소 가온건축
설계기간 2015.03-2015.09
시공기간 2015.10-2016.07
Map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건축가임형남, 노은주
설계 담당이상우, 손성원, 이성필, 이한뫼, 문주원, 이민우
일시2018년 10월 13일 1:00PM
집합 장소과천 한결어린이집 입구(경기도 과천시 문원동 320-9)(지도는 집합장소로 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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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가온건축, 임형남 + 노은주
OPENHOUSE 제따와나선원, 임형남 + 노은주 2년 전 어느 날 스님 한 분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 아주 간결한 말투로 ‘제따와나선원’이라는 이름의 사찰 불사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제따와나선원은 열반에 이른 부처님의 집이며,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의 집이다. 명상을 하고 수행을 하는 선원의 본 건물은 건너편 산 위에 이미 설계가 시작되었고, 따로 지을 신도들이 묵을 ‘꾸띠(‘오두막’이라는 뜻의 개인 숙소)라는 시설의 설계를 맡길 회사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선원을 지을 위치는 행정구역상으로는 춘천이지만, 실은 예전에 대학생 때 엠티를 가거나 친구들과 경춘선을 타고 지나다니던 아주 친숙한 이름의 강촌이라는 동네였다. 대지는 한가한 마을을 관통하는 2차선이라기에는 조금 좁고 1차선보다는 조금 넓은 아스팔트 포장 길에 면한 논이었다. 땅을 보며 선방에서 며칠씩 수행하는 신도들이 묵을 꾸띠를 구상했다. 처음에는 네모가 겹치며 그 안에 사람들이 거닐며 명상을 하는 길을 만드는 계획이었다. 설계가 진행되며 선원장 스님께 불교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스님이 제시하는 설계의 가이드라인 중, 사성제는 ‘고집멸도(苦集滅道)’,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소멸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이다. 집착을 통한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행 공간이므로 사성제가 기본적인 개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중도(中道)’라는 개념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다”. 얼마나 통쾌한 이야기인가. 설계를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는 사이, 건너편 산 위에 짓기로 한 법당과 선방 등 주요 시설들이 우리가 설계하는 대지로 들어오게 되었다.그러기 위해 옆에 바로 붙은 땅이 추가로 합류했다. 제따와나(Jetavana)는 ‘제따 왕자의 숲’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이다. 한자로는 ‘기수급고독원’이고 줄여서 기원정사(祇園精舍)로 부른다. 급고독장자라는 사람이 부처님을 위해 사원을 지으려고 동분서주하다가 맘에 드는 땅을 찾게 된다. 그 땅의 주인이 제따 왕자였는데, 그는 팔기 아까워서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 “여기에 금화를 깔면, 깔린 만큼의 땅을 주겠노라” 이야기한다. 급고독장자는 정말로 땅에 금화를 깔기 시작하고, 놀란 제따 왕자는 그를 말린다. 그렇게 세워진 곳이 기원 정사이며, 석가모니 생전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문 장소여서 요즘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설계의 방향을 잡을 때, 과거의 방식과 불교적인 교리를 바탕에 깔되 현대적인 생활 습관에 적합하게 계획을 하고자 했다. 또한 선원장 스님은 불교의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애초 석가모니가 기원정사에 앉아서 주석을 하고 사람들에게 설파하던 불교의 기본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런 정신이 제따와나 선원을 설계함에 가장 큰 바탕이었다. 그것은 무척 오래된 것이면서 무척 혁신적인 접근이었다. 그런 점에서 기원정사의 유적을 상징하는 벽돌은 아주 적합한 재료였다. 기존의 대부분의 사찰처럼 한옥으로 짓지 않고 콘크리트 구조로 뼈대를 만들고 벽돌로 옷을 입혔다. 대신 기존 가람(伽藍] 배치의 방식을 고려해 일주문을 지나 안으로 향하는 길은 직선으로 곧장 가지 않고 가면서 세 번 꺾어 들어가게 했고, 대지의 원래의 높낮이를 이용해 세 개의 단을 조성하여 순서대로 종무소와 꾸띠, 요사채, 법당 등 위계에 맞게 건물을 올려놓았다. 1년 동안의 설계기간을 거쳐 공사를 시작했고, 뼈대를 올리고 벽돌을 외부에 쌓고 바닥에 벽돌을 깔아서 무려 30만장의 벽돌로 공간을 완성했다. 공사 역시 1년이 걸렸다.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몇 가지 어려운 문제를 넘어가며 땅을 다듬고 집을 올리고 나무를 심었다. 그리하여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 완성되었다. 글 가온건축 사진 박영채 가온건축(studio_GAON) 임형남과 노은주,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1998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공존하는 집을 만들고자 한다. 금산주택, 루치아의 뜰, 신진말 빌딩, 존경과 행복의 집, 언포게터블, 미장아빔 등을 설계했다. 적십자 시리어스 리퀘스트, 유니세프 관련 청소년 시설, 북촌길-계동길 탐방로 등 도시 사회 관련 설계를 진행했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에 건축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고,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사람을 살리는 집>, <나무처럼 자라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풍경화첩> 등 11권의 저서를 냈다.
OPENHOUSE 제따와나선원, 임형남 + 노은주 10월 17일 10:00AM
OpenHouse 제따와나 선원, 임형남, 노은주 10월 21일 10: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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