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불암골 행복발전소

정영섭+홍영애

아이들은 뛰어 논다. 아이들은 뛰어야 하고 놀아야 한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애정이 충분할 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 논다. 지역아동센터는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에게 애정을 주고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대지는 아파트 단지들과 불암산 사이에서 겨우 남아 있는 저층 주거지에 자리한다. 격자로 계획된 아파트단지와는 비교되게도 별모양의 부정형 대지이다. 이 곳이 얼마나 계획되지 않았는지,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듯했다.

두 개의 돌봄 교실, 아이들을 위한 주방과 식당, 사무실, 북 카페를 계획해야 했다. 발주처는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북 카페를 이용하는 어른들을 통하여 마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를 기대 했다. 집집이 모여 이루어진 마을과 여러 프로그램이 어우러져야 하는 아동센터는 닮아 있었다. 기존대지에는 마을 사람들만 아는 지름길도 있었다. 프로그램 실들은 작은 집들이 되고, 주출입구-중정-부출입구로 이어지는 복도는 마을 지름길이 되었다.

단층의 지역아동센터는 3~4층의 다가구, 다세대에 둘러싸여 있다. 주거지에 친근한 소재인 목재와 돌로 외벽을 마감하였다. 부정형 대지를 따라 실들을 계획하고, 지붕은 불암산의 경관을 따라 경사로 계획 하였다. 주변 건물에서 내려다 본 지붕은 그 모습이 마을이고 건물의 입면이기도 하다.

소규모 건물에 해당하여 인증절차는 생략하였지만, 건축물에너지효율1등급에 준하는 단열재와 창호를 계획하고 신재생에너지 설계를 적용하였다. 발주처가 공공건축물이 가져야 할 지속성에 대한 관심과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모전을 통하여 진행된 설계를 하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모든 계획에 참여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발주처는 그 기회를 주었다. 인테리어 설계를 시작할 때에 실제 북 카페를 운영할 주민과 아동센터의 운영자를 만났다. 가장 즐거우면서 동시에 괴로웠던 순간이었다. 이제야 주인을 만나 소통하고 진정한 설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웠지만, 사용자의 계획을 미리 담아내지 못해 기존의 건축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점에서 아쉽고 괴로웠다.

지금 불암골 행복발전소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북 카페를 운영하는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2014년 5월의 공모전이 2016년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moldproject  사진 노경
정영섭, 홍영애
moldproject는 2006년 정영섭에 의해 만들어진 건축스튜디오에서 시작되어 2011년 홍영애 소장이 합류한 프로젝트 팀이자스튜디오의 명칭이다. 보수적이며 경직된 기존의 설계사무소의 운영방식과는 달리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험중이다.

정영섭은 경기대학교 건축공학부를 졸업, 성균관대학교 건축도시디자인과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홍영애는 경기대학교 건축공학부를 졸업,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센터 코디네이터를 겸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호원당 YIJE 와 노고산동 꽃학원(OMF) 등이 있고, 불암골 행복발전소와 함께 동부수도사업소, 상계 예술마당, 창신동 앵커시설 사업 등의 공공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노고산동 꽃학원으로 2014년 서울시 건축상 우수상과 2015년 신진건축사 대상을 수상하였다.
TOP LIST
SPECIAL 육군사관학교 종교교육 및 복지시설, 양수인, 이흔주 종교적인 자발적 유대뿐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라는 구속적 연속성이 보장되는 집단 안에 위치한 건물에 각인된 종교적인 이야기는 오랜 기간을 걸쳐 서서히 밝혀지고 전달될 확률이 극대화된다. 2층 높이의 법당은 기본적으로 박스를 조합한 일상의 공간 위에 원형의 종교공간이 얹힌 모습이다. 1층에는 기능적 공간(사무실, 화장실, 교무실 등)이 중앙부에 밀집 배치되어 있으며, 사각형 박스를 조합한 수련공간(학년별 회의실, 개인 기도실 등)은 세 방향으로 돌출되어 외부에서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하게 계획했는데 원불교에서 강조하는 일상생활 속 세 가지 수련법(삼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외부로 열린 평면을 구성한다. 2층의 대각전(본당)은 원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는 원형의 평면이다. 원형 공간의 내벽과 외벽에는 원불교의 핵심 교리인 4가지 은혜(사은)와 4가지 실천 덕목(사요)을 상징하는 큰 개구부가 4개씩 마련돼 있다. 점토벽돌 영롱쌓기 외피는 일상에 열려 있음을 중시하는 원불교 정신을 물질적으로 표현하면서 4개의 창에 빛을 통하게 한다. 한국의 현대 종교건축에서 종교행사의 연출은 전자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영적인 공간 경험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본 건물 본당의 내부 구성은 역설적으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원칙을 따랐다. 반면, 전략적으로 가장 영적이고 종교적인 경험은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구현했다. 이 ‘귀의’의 계단의 투명한 입면은 외부경관과 종교공간사이의 전이와 그 과정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드러낸다. 글 양수인  사진 신경섭 
SPECIAL 도서출판 갈무리 독립공간 [뿔], 조한준 5시-6시             오픈하우스 6시-7시             건축가 조한준 건축물 설명 및 강연                            주제_도심 속 협소건축이 가지는 의미 아주 작은 땅이다. 도로에 면한 땅의 폭이 6m, 안쪽으로 10m 길이 60m² 남짓의 19평 공간이 주어졌다. “도서출판 갈무리”라는 출판사의 대표이며 작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예비 건축주는 이 작은 땅에 독립공간을 꿈꾸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건축가를 찾고 있었다. 작은 땅만큼이나 좁은 골목길, 좁은 골목길이기 때문에 더 가까이 인접해 있는 이웃들의 원성,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연약한 지반 상태, 자재를 적재할 만한 충분한 공간도 없었다. 공사 작업자들에게 이보다 더 한 열악한 작업환경이 있을까 싶었다. 설계를 하는 내내 이 건물이 주변의 밀도 있는 건물들 속에서도 작지만 당당하기를 원했고 무표정한 듯 하지만 강한 표정을 지어주기를 원했고 단순한 듯 하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세련되 보이기를 원했다. 어느덧 오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해왔던 작은 골목 끝자락에서 하얀색 [뿔]이 솟아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재 이 건물이 들어선 곳 아주 가까운 곳에는 오랫동안 출판사의 사무공간과 소통의 공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 있다. 이 곳에는 출판사가 겪어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고 여전히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건물주가 바뀌고 상황이 달라져서 오랜 기간 사용해 왔던 공간의 물리적, 경제적 독립을 보장하기 힘들게 되어버렸다. 건축주 역시 홍대 문화를 일군 많은 창작자에게 닥친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긴 어려웠지만, 건축주는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고 지금의 현실에 맞서는 방법으로 인근에 사옥을 짓는 일을 선택한 것이다. 건축주가 가지고 있는 예산안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토지는 아주 제한적이었고 결국은 인근의 아주 작은 6m x 10m(60㎡) 크기의 땅을 얻을 수가 있었다. 좁은 땅에 자신들이 얼만큼의 공간을 만들고 불편함이 없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다소 불안감을 가진 건축주와 달리 나는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작지만 우뚝 솟은 오브제의 상징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땅에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의 폭은 고작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길이었다. 하지만 그 골목길은 진입과 동시에 길게 뻗은 선형의 방향성을 가지는 축이 되었고 그 골목의 막다른 위치가 건물이 지어질 터였다. 자연스럽게 솟아 있어서 물리적인 오브제를 통해 그 방향성을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흘려 보내고자 했다. 자연스럽게 솟아 오른 뿔은 땅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게 하고 싶었다. 건물의 첫 이미지는 ‘덩어리’의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 하고 형태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풀어야 했다.마침 건물의 전면이 서향을 마주하고 있어 늦은 오후에 가장 밝은 건물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다. 결과적으로 나는 골목 끝자락에서 원하는 건물의 표정과 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작지만 당당한 건물의 이미지를 구현하게 되었고 가까이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건물의 다양한 표정을 의도하여 가늠할 수 없는 건물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하였다. 글 조한준  사진 박영채, 류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