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도시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지 막다른 골목의 다가구 주택, 단독주택을 도서관으로 변환하는 프로젝트였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주택의 무수한 방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에 기존 방들의 모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단순한 2개의 복도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방들은 이 두 복도로 연결된다. 도서관 사용자는 기존 골목을 오가며 책을 고르고 주택의 방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존 주택 스케일의 편안함을 지닌 방들은 열람실을 기본으로 토론방, 동아리 활동실, 소리 내어 책읽어주는 방 등 주민들의 활동들로 채워지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단순히 새로 건립된 도서관이 아니라 기존의 주택건물, 기존의 골목 등 기존 마을 조직을 그대로 활용하여 주민들이 지닌 마을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고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공간이기를 바랬다. 책상이 된 방문, 열람실이 된 방, 책복도가 된 골목, 미디어실이 된 주차장, 토론방이 된 거실, 당시 유행했던 재료를 알려주는 건물의 벽돌과 화강석들, 내부로 들어온 발코니들, 벤치가 된 기존 건물의 기초 등 그 장소에 남아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골목을 거닐 듯 책복도와 마을마당을 거닐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각자의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SPECIAL
경농사옥, 인의식+장명희
(주)경농은 60년 이상 우리나라 농식물의 병충해를 연구하고 이에 적절한 농약을 생산해오며 식량의 자급자족과 한국농업의 발전을 선도해온 대표적인 종합농업회사이다. 이 경농의 역사는 농촌의 역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발전의 모델과 같은 것이다. 훌륭한 과거의 역사를 지닌 경농이 친환경을 바탕으로 한 선진화된 농촌 환경과 도시 녹화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사옥은 경농의 미래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옥 내외부에 건물 녹화와 친환경설계를 도입하여 경농의 과거와 미래의 기업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도시 속에 자연을 뿌리내리게 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건물 디자인의 중요한 개념이다.
기존 대지는 서측 2차선 도로를 끼고 양 옆은 물론 도로 맞은편의 아파트까지 높은 건물에 둘러싸여 조망권은 물론 채광조건 또한 불리한 환경이다.건물 전면 남측에 접하는 면을 최대한 끌어내어 전면에서의 인지성, 남서측의 우면산 전망 그리고 남측 일조량을 확보하였다.
외벽에 사용된 세라믹 박판의 최대 제품규격은 1.2m x 3.6m이다. 이 제품의 규격을 기본적인 모듈로 하여 기준층의 층고(3.6m)와 GREEM CUBE의 모듈을 3.6m x 3.6m로 정하였다. 이 GREEEN CUBE는 자작나무가 식재된 포트의 형상으로, 기본 모듈로 랜덤하게 후퇴된 입면에 배치해, 지상 공개공지과 옥상조경 사이를 이어주어 도시녹화를 표현하였다.
평면계획에서 역시 기본 모듈인 3.6m 모듈이 일관되게 표현하여 내외부가 연계되도록 한다. 1층에는 건물 이미지를 부여한 친환경 레스토랑을 계획하였고 15층에는 임원실, 10층에는 방문객 집회 및 회의 장소를 집중시켜, 회의실의 이용률을 높이고 사무공간에서는 업무에 집중할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도록 계획하였다. 그리고 옥상에는 직원의 휴식과 함께 기업의 사업분야인 관수설비 및 농업 관련 제품을 개발, 연구하기위한 실험의 장소로서 조경과 함께 텃밭을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조경계획은 이 건축물의 계획과, 평면, 입면 계획을 연계시키는 근본적인 계획요소가 된다. 입면에서의 3.6m x 3.6m 모듈은 지상의 공개공지에서 시작하여 입면의 GREEN POT, 옥상조경까지 반복적으로 표현된다. 이처럼 건물전반에 걸쳐 연속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전체 조경을 계획하였다. 사계절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며 입면에 맺히는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통해 실내공간 깊숙이 자연을 느끼도록 하였다.
글 연미건축 사진 건축사사무소 제공 (촬영: 남궁선)
SPECIAL
[Sky ground] Sinsadong Office Complex, 윤재민
못생긴 땅
도로 주거 밀집지역, 사다리꼴, 비정형 5각형 대지, 업무시설로서 작은 면적의 땅(282m2), 사선제한(정북일조사선제한, 도로사선제한), 좁은 진입로(3m폭)로 인한 도로 공제와 주차 및 진입의 문제 등 주택 이외의 프로그램 수용이 쉽지 않은 땅이다.
고급 주거지역 내 저급한 주거환경
서울을 대표하는 쇼핑가인 인근 가로수길의 소규모 질적 개발의 주변 확산에도 불구하고, 현 주거지역의 도시계획과 건축 현황은 상대적으로 저급하고 더딘 편이다. 좁고 불규칙적 도로 선형과 대지 형태, 오르는 땅값과 더 이상 개발되지 않는 주택들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주거 유형, 주차 문제, 어색한 스카이라인 등 여느 도시의 죽어가는 원도심의 모습과도 흡사한 맥락속에서 이 대지는 주택으로 둘러 싸여있다.
제한적 개발 여건
이 프로젝트는 두면의 정북일조 사선 제한과 두 면의 도로사선 제한, 도로 공제면적과 주차장 확보의 어려움라는 법적 제한, 면적에 대한 건축주의 막연한 욕심과 공사비의 한계, 그로 인한 기술의 한계 그리고 인접 주택들의 민원과 3m 폭의 좁은 도로라는 어려운 시공 현장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대안적, 주거, 상업, 업무 복합 공간
여러 앞선 전제 조건을 해결하는 현실적 방안으로 본 프로젝트는 크게 3개의 방향성으로 축약된다. 극단성, 복잡성, 연계성이다.
극단성은 최소한의 시공비와 최대한의 공간 확보. 최대의 개폐. 단순함과 복잡함. 거치며 정갈한 표현. 법적제약의 반전(층별 외부 공간 확보). 깊은 지하공간(6m천고)로 표현된다. 복합성은 업무, 주거, 상업의 복합 계획이라는 특성을 드러내며 연계성은 하늘의 수직적 연계성과 주변 맥락의 수평적 연계를 드러낸다. 주 용도가 업무 시설이므로 저층부(3층이하)는 콘크리트 더블스킨을 설치하여 이웃과는 수평적으로 차단함과 동시에 콘크리트와 창호 스킨 사이의 공간을 활용한 하늘과의 수직적 연계(빛,바람,비 관통)를 반영한다. 대안부가 없는 상층부(4~6층)는 최대한 오픈하여 원경과 수평적 연결이 되도록 하고 사선제한으로 상층부로 갈수록 좁아지는 바닥면의 외부공간은 수직적으로 연계되도록 계획한다. 프로그램적 연계성은 하층부부터 상업, 업무, 주거 순으로 연계 혹은 단절이 된다.
글 JMY architects 사진 윤준환
SPECIAL
불암골 행복발전소, 정영섭+홍영애
아이들은 뛰어 논다. 아이들은 뛰어야 하고 놀아야 한다.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애정이 충분할 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뛰어 논다. 지역아동센터는 부모를 대신하여 아이들에게 애정을 주고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
대지는 아파트 단지들과 불암산 사이에서 겨우 남아 있는 저층 주거지에 자리한다. 격자로 계획된 아파트단지와는 비교되게도 별모양의 부정형 대지이다. 이 곳이 얼마나 계획되지 않았는지,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를 보여 주는 듯했다.
두 개의 돌봄 교실, 아이들을 위한 주방과 식당, 사무실, 북 카페를 계획해야 했다. 발주처는 돌봄을 받는 아이들과 북 카페를 이용하는 어른들을 통하여 마을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를 기대 했다. 집집이 모여 이루어진 마을과 여러 프로그램이 어우러져야 하는 아동센터는 닮아 있었다. 기존대지에는 마을 사람들만 아는 지름길도 있었다. 프로그램 실들은 작은 집들이 되고, 주출입구-중정-부출입구로 이어지는 복도는 마을 지름길이 되었다.
단층의 지역아동센터는 3~4층의 다가구, 다세대에 둘러싸여 있다. 주거지에 친근한 소재인 목재와 돌로 외벽을 마감하였다. 부정형 대지를 따라 실들을 계획하고, 지붕은 불암산의 경관을 따라 경사로 계획 하였다. 주변 건물에서 내려다 본 지붕은 그 모습이 마을이고 건물의 입면이기도 하다.
소규모 건물에 해당하여 인증절차는 생략하였지만, 건축물에너지효율1등급에 준하는 단열재와 창호를 계획하고 신재생에너지 설계를 적용하였다. 발주처가 공공건축물이 가져야 할 지속성에 대한 관심과 확고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모전을 통하여 진행된 설계를 하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모든 계획에 참여 하고 싶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발주처는 그 기회를 주었다. 인테리어 설계를 시작할 때에 실제 북 카페를 운영할 주민과 아동센터의 운영자를 만났다. 가장 즐거우면서 동시에 괴로웠던 순간이었다. 이제야 주인을 만나 소통하고 진정한 설계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웠지만, 사용자의 계획을 미리 담아내지 못해 기존의 건축계획을 수정해야 하는 점에서 아쉽고 괴로웠다.
지금 불암골 행복발전소 지역아동센터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우리는 오늘도 북 카페를 운영하는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2014년 5월의 공모전이 2016년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 moldproject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