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5일 2:00PM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
빼곡하게 느슨하게
독산도서관은 고쳐 쓰기에 참 좋은 골격을 지니고 있었다. 작은 도서관이지만 중앙에 시원한 아트리움이 있고, 그 위로 16개의 천창이 뚫려있다. 로비에서 2층으로 넓은 계단이 이어지고, 큼지막한 창들을 통해 주변 숲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쉽지만, 지금 말한 건 건축가의 눈에 보이는 가능성, 원설계자가 의도했을 것이라 추측되는 공간이다.
실제는 전혀 달랐다. 준공 후 20여 년이 흐르면서 아트리움에는 많은 책이 쌓였고 그 너머에 있는 마당은 컨테이너 서고가 가로막았다. 주변 숲이 보이기는커녕 빛도 잘 들지 않아 실내가 침침했다. 주 출입구에 들어서면 연결다리가 시야를 가렸고 서고와 열람실은 뒤죽박죽 엉켜있어 동선이 불편했다.
리모델링 과정은 단순했다. 원래 의도대로 도서관을 복원하고 시간의 때를 걷어내는 것. 우선 주 출입구에서 뒷마당까지 시선을 막는 모든 것을 비워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가로막는 연결다리 하부의 천장을 뜯어내고 설비 배관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답답하게 막혀있던 진입 공간에 수직으로 1m 정도의 여백이 생겼다. 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던 책장을 모두 치우고 뒷마당에 있던 컨테이너도 철거했다. 비로소 주 출입구부터 뒷동산까지 공간이 열리고 숲이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간을 비워내기 위해 치운 책들을 어딘가에는 보관해야 했다. 같은 면적 안에서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절실했다.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앞뒤를 연결하는 축은 가장 느슨하게, 1층 안쪽 서고는 높이 10단의 책장을 배치해 가장 빼곡하고 촘촘하게,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수직의 공간은 조금 느슨하게, 2층은 1층보다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정의했다.
공간의 위계를 밀도의 차이로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 본연의 기능이 복원되고 공간의 흐름이 열리기 시작했다. 답답하고 어두웠던 2층 열람실에서도 창문 너머로 숲이 보이고, 막혀있던 공간의 숨통이 터지면서 도서관은 주변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책장이 사라진 아트리움에는 6m 길이의 원목 테이블 두 개를 이어 길게 배치했다.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지만 여유로운 환경을 하나라도 만들고 싶었다.
테이블 위로 보이는 16개 천창의 경계에는 사각의 프레임을 걸어 시각적으로 돌출시키고 저녁에는 간접 조명이 은은하게 테이블을 밝히도록 했다. 2층으로 연결된 넓은 계단의 한편에 책장을 두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었고, 2층에는 창틀마다 작은 개인 공간을 마련했다.
어두운 곳과 밝은 곳, 채워진 곳과 비워진 곳, 빼곡한 곳과 느슨한 곳과 함께 짙은 회색 톤과 밝은 흰색 톤 마감이 도서관을 둘로 나누었다. 그러나 생명의 이분법처럼, 작은 도서관의 공간 효율은 오히려 배가 됐다.
글 임영환, 김선현 사진 박영채
디림건축사사무소
https://dlimarch.com/
Map |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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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 임영환+김선현 |
설계 담당 | 윤지수, 박수현 |
건축주 | 금천구청 |
일시 | 2022년 11월 5일 2:00PM |
위치 | 서울특별시 금천구 독산로 54길 114 |
집합 장소 | 입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