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사 한문화체험관은 세상을 향해 다가가려는 현대 사찰의 의지가 담긴 건축물이다. 기존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 시대에 맞는 종교 시설을 짓고자 하였다. 위치는 진관사 일주문으로 나와 은평 한옥마을로 가는 중간쯤에 자리한다. 대지는 깊고 그윽한 북한산 전경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으며, 인접한 공용주차장의 황량한 풍경 역시 같이 존재한다.
세상에 다가가는 종교 공간_진관사로 가는 진입로 초입에서 사람들을 맞이하는 건물로,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다. 산중에 은거하며 수행하는 기존 공간과 달리, 사회와 접하는 종교 공간으로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개방적인 구성을 하였다. 전통 사찰의 품격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능을, 외부를 향해 열린 투명한 입면과 함께, 콘크리트구조와 한옥을 결합한 조형에 자연스럽게 통합시키고자 했다.
하나의 지붕 아래 통합된 전통과 현대_대지를 에워싼 공용주차장은 북한산의 그윽한 풍경에 반하여 인위적이고 휑한 느낌을 주었다. 이러한 풍경에 대응하려면 경복궁 경회루처럼 위엄과 격식을 갖추고 주변을 아우를 만한 단순한 형상의 건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ㅁ’자로 힘있게 펼쳐진 한옥 처마 아래 중정을 품은 전통 목구조의 고유한 구성과 아름다움에, 콘크리트구조의 단단함과 철과 유리의 투명함 등 현대적 구법을 더하여, 두 개의 다른 체계를 하나의 조화된 형태로 구현하려 했다.
진관사 한문화체험관은 합리적인 공간 구성을 바탕으로 건축 형식과 프로그램을 정합성 있게 계획하였다. 사회와 직접 만나는 지상의 저층부에는 현대적 구법의 개방적인 공간으로 구성하고, 사찰요리의 시연과 전수 공간으로 쓰는 중층부는 전통 목구조에 커튼월로 감싼 투명하고 현대적인 외피를 적용하였다. 가장 위쪽의 상층부는 명상과 수행을 위한 공간으로 정신적 공간에 적합한 전통 구법과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이는 위로 갈수록 ‘속세인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의 극락세계에 이른다’라는 건축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풍경을 향해 열린 건축_다층 법당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해야 할 때 색다른 조형이나 개념적인 접근보다는 건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풍경을 즐기며 정서적으로 풍부해지는 건축을 생각했다. 전통 목구조와 이중 외피(double skin)를 결합하여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쾌적한 환경 속에 풍경을 향해 열린 건축을 만들고자 하였다.
독립된 코어부는 한옥의 고유한 조형을 해치지 않으면서 각 영역을 기능적으로 연결할 뿐 아니라 주변 풍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수행 공간의 차분한 분위기를 위해 내부의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 외부의 풍경을 안으로 들일 수 있도록 알루미늄 루버를 세심하게 조율하여 계획하였다.
현대 사찰의 새로운 격식을 찾다_산문 안 법당을 벗어나 현대 사회 속에 기능하는 사찰을 만들고자 하였다. 계획 초반의 굵직한 방향 설정부터 최종 마감의 미묘한 톤과 재질 선택까지 현대적 감각의 종교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현대 공법과 설비, 재료를 합리적으로 이용하면서도 한옥의 고유한 특성을 해치지 않으며, 보편적 건축이 될 수 있는 조형과 공간을 만들어 보고자 하였다.
한옥 작업을 현대건축의 중요한 주제로 생각하며 작업을 해오면서, 전통을 비판 없이 답습하거나 개념적 해석으로 간단히 추상화하기보다는, 한옥에 축적된 고유한 정서와 아름다움을 바탕에 두고자 했다. 한옥과 현대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 우리의 삶과 가까운 건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진관사 한문화체험관은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공간과 조형으로 결실을 본 새로운 종교적 공간이자 뜻깊은 사회적 공간이라 하겠다. 또한, 이를 통해 한옥을 비롯한 우리 건축의 가능성이 더 많이 확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글 조정구
사진 박영채
구가도시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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