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문훈이 설계한 근린생활시설로 그의 키치적 미학이 비교적 얌전하게 표현된 건물이다. 건물 정면에는 두 개의 달을 형상화한 큰 곡면이 움푹 파여 있다.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두 개의 달은 교묘하게 겹쳐진다. 문자 그대로 ‘two moons junction’이다.
'투문정션'이라는 영화 제목에서 따온 건물 이름은 로맨틱한 장소를 만들고 싶은 건축주의 바람에서 출발되었고, 그것이 곧 이 건물의 디자인 테마가 되었다. 이런 희한한 형태를 저예산으로 실현해낸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적은 예산에서 맞추기 위해 가장 평범한 상자 모양을 잡고, 거기에 달이 충돌해서 생긴듯한 표면을 새겨 넣었다.
두 개의 달이 새겨진 입면은 공간으로서의 간판이다. 옥상 테라스와 2층에 발코니를 통해 건물 속 이벤트를 슬쩍 드러냄으로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도록 의도했다. 양쪽 측면에는 원형 창이 나 있고 모서리 부분에는 건축주의 별자리를 딴 조명이 새겨져 있다. 이런 장식적 요소들은 무표정하게 지어지기 일쑤인 근린생활시설에 인간적이면서 유쾌한 연결 고리가 된다.
사진 남궁선
문훈
건축가 문훈은 1968년생으로 지질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유년기는 강원도 상동읍 탄광 도시에서, 청소년기는 호주의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보냈다. 인하대학교 건축과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부터 문훈발전소를 설립,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업으로는 락잇수다, 롤리팝, K-POP 커브, 투문정션, 피노키오 박물관 그리고 2005년에 건축가협회상을 받은 상상사진관 등이 있다. 그 밖에도 그림,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오가며 건축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2009년 건축학과 교수들이 뽑은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선정, 건축가로는 유일하게 일러스트레이션 작품 40점이 전시되었으며, 2015년 시카고 건축비엔날레에 초대 작가로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달로 가는 제멋대로 펜』(스윙밴드, 2014)과 『집짓기 바이블』(마티, 2014/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