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임재용이 주유소와 오피스를 하나의 건물로 통합한 주유소 연작 중 두 번째 완공 건물이다. (첫 번째는 장충동 경동교회 옆 서울석유사옥, 세 번째는 양재천 북쪽 강남대로 변 양재동 주유소다.) 주유기 위에 캐노피만 걸친 주유소 건물의 전형에서 벗어나 주유소와 다른 기능을 조합한 새로운 유형으로 진화시켰다. 주유소에 대한 까다로운 법규를 능동적으로 해석하여 도심의 높은 밀도에 맞는 건물을 고민한 결과다.
대로변에 면해 넓은 면을 마주하고 있는 한유그룹사옥은 봉천역 인근 남부순환로의 지루한 차량 행렬 속에서 잠깐이나마 환상적인 장면을 열어준다. 특수 표면 처리한 금속 패널 외관은 각도에 따라 은빛, 핑크빛, 하늘빛으로 변하면서 거리에 신기루를 피워올리고, 앞뒤로 뚫린 건물 상부에서 교차하는 연결 통로는 내부에 재미를 더하고 외부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 김용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