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표피로 막힌 도시의 가로변에 건축의 새로운 도시적 대안은 무엇인가? 경사진 지형의 조건을 이용한 공간의 연속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태원로변의 대지는 남산에서 한강으로 이어진 경사로 인해서 멀리 강남과 관악산까지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위치이지만, 이런 멋진 풍경은 건물로 들어가 창을 통해서만 볼 수 있고 도로를 걷는 사람들에겐 허락되지 않는다.
지하에 설계된 공연장이 꽉 차 있는 것이라면 지상의 뮤직라이브러리이자 ‘도시의 틈’은 도시에 대한 관심과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계획된 것이다. 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에게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연중 다양한 모습과 기능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대지가 경사져 있기 때문에 이를 인공적인 계단 보다는 경사로 연결하는 것이 기능적으로 공간적으로 자연스럽고,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경사를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공간적으로 경계를 구분하지 않은 하나의 연속된 공간이 되도록 하였다. 이러한 곡면 바닥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위치와 경사의 방향에 따라 다양한 풍경과 공간을 경험 할 수 있게 하고 야외 공연이나 잠시 쉴 때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건물이 도시 속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수 있는가의 가능성과 이에 따라 도시의 모습이 다르게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글 최문규 사진 남궁선
최문규
건축가 최문규는 연세대학교 건축학과와 대학원 건축공학 석사를 마쳤으며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도요이토건축사사무소와 한국의 한울건축에서 실무를 쌓았으며 1999년 가아건축을 설립했다. 2005년부터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쌈지길,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등이 있으며, 서울시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