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노원구청 로비 리모델링

조윤희+홍지학

2022년 11월 2일 3:00PM
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예약금 10,000원 결제 후 참석 시 환불

공공건축의 개입과 갱신
노원구청은 청사가 신축된 1990년 이후 여러 차례 증축을 거듭하면서 시간의 켜가 곳곳에 쌓인 건물이었다. 당시 청사 건축이 대부분 그렇듯이 계획적으로 마련된 마스터플랜 없이 건물의 면적을 늘려온 터라, 전체 청사군의 허브 공간 역할을 해야 할 로비가 애매한 크기와 공간 구조로 중앙에 자리 잡게 되었다. 구청 마당의 지하주차장, 동측의 보건소, ‘ㄱ’자 평면으로 돌출된 별관 등 복잡하게 얽힌 주변 건물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노원구청 건물군 전체의 중추적 공공공간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공공 기능의 건물이 혼재되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노원구민의 공적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걸맞도록 공간의 구조와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개입과 질서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조성 공사’라는 복잡한 명칭의 공모전에서 시작된 본 프로젝트는 작은 볼륨의 로비 공간을 키우고, 내부에 북카페를 중심으로 구민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모전 지침서에 간단하게 서술된 개요와 달리, 복잡하게 얽힌 청사 건축물 군의 관계 속에서 건축가에게는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질서를 잡아가는 고난도의 작업이 요구되었다. 

1990년대 청사 건축은 지역사회에서 공공공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채 실행되었기 때문에, 노원구청의 기존 로비 공간도 권위적인 공간 배치와 청사 각 부서의 오리엔테이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청사 로비가 담당하게 되는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추가되었고, 기존 로비는 질서를 잃은 채, 카페, 전시대, 홍보용 현수막, 민원서비스 키오스크, 휴식공간 등 온갖 요소들이 각자 큰소리를 내며 서로 충돌하는 환경이었다. 

이에 우리는 문화와 휴게라는 기능을 더하는 동시에, 청사 단지를 연계하는 로비 공간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구축하고, 적절한 질서의 스케일을 제시하여, 로비를 본 청사의 입구, 식당, 지하주차장, 신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허브로 계획하려 하였다.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는 청사 로비
그 해결책으로 로비 문화휴게공간이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양한 필요로 청사에 방문한 주민들이 느슨하게 잠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렇게 열린 건축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이 장소를 ‘풍경을 발산하는 도시의 거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도시의 거실이란, 도시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로비 문화휴게공간의 주재료 사용에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청사 건물군은 백색 타일로 외장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와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유지 관리의 측면도 고려하여 재료를 선택하였다. 밝은색의 테라코타를 오픈 조인트로 외벽 시공하였으며, 내부에도 동일한 재료로 벽체를 마감하여 외부와 내부, 도시와 공공건축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도록 하였다. 

‘풍경의 발산’은 외부에서 들여다보이는 로비의 내부 풍경을 어떻게 틀 지을 것인가와 관계된다. 로비는 다양한 활동이 동시에 전개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선명한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외벽체는 전체를 바닥으로부터 2.4m 들어 올리고, 그 하부에 32mm 두께의 광폭 슬라이딩 알루미늄 프레임 창호가 수평중간틀(transom) 없이 전체를 가로지를 수 있게 했다. 외벽 전체를 커튼월 아트리움으로 만들어 공간의 크기를 강조하기보다는 묵직한 테라코타 벽체 밑으로 기둥의 간섭없이 가로로 긴 풍경을 열어 두었다. 이는 구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보다 휴먼스케일에 가깝게 내부를 보여주고, ‘눈높이의 투명함’을 경험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가구로 만드는 건축
로비가 문화휴게공간으로서 작동하는 라운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공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현대건축가들에게 오랫동안 주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아, ‘특정한 불확정성(specific indeterminacy)’, ‘다원성(polyvalence)’ 등 여러 방식으로 개념화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청사 로비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건축을 위하여, 비워두기보다는 일관된 언어를 사용하여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가구의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가구는 폭과 높이의 미세한 치수 변화만으로도 행위의 지원 가능성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로비 공간이 프로그램에 따라 구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연계되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데에도 적합했다. 동일한 재료와 구법으로 제작된 가구들의 크기만을 변화시키며, 휴식을 위한 평상, 대기하는 벤치, 책을 읽는 테이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 음악을 듣는 의자, 책장, 카페의 카운터, 공연 관람을 위한 스탠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가구의 유형을 정리했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공공 청사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크고 작은 변화를 수반하였고, 건축도 이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공공건축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의 변화를 감지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에 완성된 구조물의 사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장소를 덧붙이는 것은 계획의 측면뿐 아니라, 시공에서도 무척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공공 청사가 지역사회의 라운지로서 기능한다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공공성을 고민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건축적으로 어떤 개입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숙고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구보건축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구보건축
https://www.gubowork.com


노원구청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개관 월 – 금 90:00~18:00 
휴관 토, 일, 법정 공휴일
홈페이지 https://www.nowon.kr

조윤희
2015년부터 구보건축을 설립하여 도시건축연구용역 및 건축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와 MIT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의 이로재와 미국 보스턴의 Howeler+Yoon Architecture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대, 성균관대에서 설계스튜디오를 운영했으며, 2016년부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2020 목조건축대상 특별상과 2021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홍지학
서울건축, 해안건축, 미국 보스턴의 CAU(Center for Advanced Urbanism)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5년 구보건축을 설립했다. 미국 MIT 건축대학원에서 Architectural Urbanism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역사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 구보건축+홍지학 (충남대) 
설계 담당: 이문정
위치: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701-1 (노원구청)
대지면적: 11,814.6㎡
건축면적: 4,827.43㎡
연면적: 32,238.71㎡
규모: 지상 9층, 지하 2층
건폐율: 40.86%
용적률: 187.37%
외부 마감: 테라코타 패널
시공: ㈜하나건설이앤씨
발주처: 노원구청
Map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건축가조윤희+홍지학
설계 담당이문정
건축주노원구청
일시2022년 11월 2일 3:00PM
위치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집합 장소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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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상 ㅣ 전봇대집 (The Pole House), 조윤희, 홍지학 낡은 동네 풍경 구출하기 전봇대와 집 최첨단의 기반시설로 깨끗하게 정비되는 아파트 단지가 보편적 주거 개발 해법으로 활용되는 요즘 도시에서 골목의 한 켠을 지키는 전봇대는 오래된 동네의 상징이다. 도시 생활의 편리함을 영위하기 위해 온갖 전력, 통신 케이블을 공중에서 분배하기 위한 지지대의 기능을 하면서, 동네의 풍경에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사물이기도 하다.  서계동에서 1971년 완공한 2층 건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건물 모퉁이에서 덕지덕지 얽힌 케이블들을 힘겹게 받치고 있던 전봇대가 집에 대한 첫인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은 건물을 ‘전봇대집’이라고 이름 짓고, 자칫 동네 경관의 방해자로 인식될 수 있는 전봇대의 존재를 긍정하고, 이를 우리 건물의 일부분으로 읽기 위해 노력했다.  오래된 시간을 드러내기 기존의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면서 부각하려 했던 부분은 50년 전에 축조하며 쌓인 흔적들을 다시 수면 위로 불러오는 것이다. 골목과 단절되어 폐쇄적인 모습을 띠던 저층부의 벽들은 주요 구조 부위만 남겨두고 최대한 덜어내어서 가볍고 투명한 공간을 길 위에 드러내고자 했다. 기존 기둥에 오랜 세월 덧붙어 있던 불필요한 장식물들을 떼어내고, 벽돌 쌓기로 둘러싸인 기둥의 거친 면을 투명한 유리 벽 너머로 노출하고, 별도의 조명으로 그 질감이 건물 디자인의 일부가 되도록 의도했다. 그리고 유리 벽으로 감싼 거친 기둥과 골목길 사이에 새로운 시간이 덧대었는데, 흰색으로 도장한 철판으로 긴 화단을 두고 조경이 부족한 골목길에 녹색공간을 더해주었다.  구축에 담긴 시간의 디자인 전봇대집의 2층은 방 네 칸과 주방 겸 거실을 지닌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우리는 이 집을 사무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치면서 기존의 집이 지니고 있던 기억을 사무실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전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방을 나누는 벽체의 표피(skin)를 걷어내고 조적벽을 드러내어, 기존의 방 구획이 자연스럽게 사무실의 워크스테이션들이 차지하는 영역으로 사용될 수 있게 했다. 동시에 이 벽들이 구조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던 벽체였음을 강조하기 위해 조적벽과 슬라브가 만나는 상부를 덜어내어 빛과 소리가 흘러나오도록 하였다. 건물이 축조된 과거의 내러티브를 공간화하면서, 동시에 벽들로 인해 잘게 나누어져서 공간이 협소해 보일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디자인 선택이었다.  기존 주택으로 쓰였던 건물은 외부를 향하는 창이 부족해 실내가 다소 어두웠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계단실 코어벽 상부에 천창을 내어 빛이 부드럽게 사무공간에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천창은 기존 슬라브를 부분적으로 절개하여 만들 수 있었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드러난 철근을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도록 했다. 이를 통해 건물이 지닌 시간을 디자인의 주요한 요소로 전용한다는 전봇대집 전체의 디자인 방향과 맥락이 유지되도록 하였다.  즉흥성의 건축 서계동 전봇대집은 컴퓨터 위의 도면과 모델링을 통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획되어 시공된 건물이라기보다는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마주침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디자인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 결과물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오랜 시간의 속살을 긍정하고 우리의 전봇대집 디자인 정체성으로 읽힐 수 있도록 노력했다.  서계동 전봇대집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현장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낡은 건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고, 이 작은 도시적 개입이 어둡게 잊혀가는 작은 동네의 골목을 새롭게 밝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글 구보건축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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