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청 <00책마루>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책마루는 사람과 도시의 상호성에 주목해 포용도시로 나아가는 시도입니다. UN 해비타트는 포용도시를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장소(UN Habitat, 2002)”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책마루를 기획한 것은 구민에게 도시 속 더 열린 공간(또는 행정), 더 가까운 공간(또는 행정), 더 경계 없는 공간(또는 행정)이 된다면, 포용도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청에 남는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면 어떨까, 시민들이 더 잘 쓰시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현재 조성된 성동책마루, 성수책마루, 독서당책마루, 의사랑(구의회)에 대해 짧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동책마루는 2018년 1월 성동구청 1층 로비에 문을 열었으며 총 장서 3만여 권 중 8,000여 권을 성동구 직원들과 지역 주민이 기증한 도서로 마련되었습니다. 성동책마루에는 매주 수요일 12시 <정오의 문화공연>이 진행되며, 지역 예술인의 공연무대와 전시, 독서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습니다.
성수책마루는 2019년 3월 공연장과 도서관이 있는 성수문화복지회관 3층에 조성했습니다. 약 9천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수책마루에서는 아트홀에 상주한 예술단체의 공연 등 공연장과 연계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두 책마루 모두 365일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폭염, 한파 때는 철야로 운영해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무더위 쉼터로도 활용해 공공공간으로서 복지 기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건물의 로비를 주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기존 로비의 아쉬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로비(공용공간)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첫 시작은 로비에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의 시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부분 공공청사 1층은 로비 역할을 합니다. 모든 공간이 빼곡히 다 제 기능과 역할에 맞춰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민들이 이 공간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분명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두 단어가 바로 쉼과 배움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벽면에 구정 홍보물이 아니라 서가가 있다면, 모든 의자가 민원 창구를 바라보며 한 방향으로 배열되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가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거나, 창가를 향해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놓여 있다면 하는 상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기다림의 공간이 아닌 직원과 시민 모두를 위한 쉼과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함께 생겼습니다.
이 생각을 우리 구청 직원들과 나누니 아이디어가 샘솟듯이 나왔습니다. 직원, 시민과 함께 TF를 구성해 함께 머리를 맞대니 창의적인 건축적 요소들이 덧대어졌습니다. 3만여 권의 장서와 함께 갤러리, 북웨이, 객석 역할을 하는 계단이 추가됐습니다. 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무지개색 책장과 다락방 형태의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직원, 주민 그리고 건축가의 상상력과 세심함이 묻어난 덕분에 문화복합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책마루라는 이름 역시 구청 직원들이 제안해 선정됐습니다.
활용 프로그램으로 열린 도서관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책마루 프로그램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 중 하나는 평생교육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룻밤 사이에도 산업과 기술이 급격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동구는 유네스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돼 있습니다. 독서당 인문 아카데미 등 다양한 평생학습센터를 개설하고 있고, 허준약초학교, 성동지식대학 등 특화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또 지원하고 있습니다. 성동구가 ‘평생직장’이 될 순 없지만, 시민 누구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은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 성동구민이 책 살 돈이 없어서, 책 읽을 곳이 없어서 배움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 일은 없어야 비로소 포용도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마루는 모두에게 열린 배움터이자 쉼터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간에 유연합니다. 관공서 업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평일, 주말 언제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구청 문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공공기관이 문을 닫을 때도 닫지 않았습니다. 방역 수칙을 더욱 꼼꼼히 지켜 주신 시민들과 더욱더 신경 써서 관리한 직원들 덕분에 안전하게 책마루를 운영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변함없이 책마루를 다녀가 주셨습니다.
성동구의 지역적 특징을 고려할 때, 새로운 건축물을 조성하는 대신 여백의 공간을 활용한 책마루 방식이 갖는 장점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여백의 미(美)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백을 채울 자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누군가 채워야 한다는 말이지 않겠습니까. 행정이, 구청이 먼저 만든 공공공간의 여백을 아름답게 채울 사람은 당연히 시민뿐입니다. 실제로 이용하는 시민에 의해서 공간은 끊임없이 그 쓸모가 있게 되고 또 변하기 때문입니다.
책마루는 도심 속, 공공청사 속 일부 공간이지만, 그 의의는 이용하는 시민들에 의해 다양하게 이용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공공공간을 설계하고, 또 이용하는 새로운 접근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책마루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듯합니다.
성동구의 모든 공공청사에 책마루 또는 책마루와 비슷한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 싶지만,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힙니다. 일정 정도의 면적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책마루를 책마루답게 조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연구해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활용해 여러 형태의 책마루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노력해가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임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