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 성북 선잠박물관

이은경(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 선잠박물관, 사진_신경섭
성북선잠박물관 일대는 박물관과 여러 시설이 조성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역의 특징과 선잠박물관이 들어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선잠단은 조선 시대 역대 왕비가 누에로부터 좋은 실을 얻게 해달라는 기원을 드리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습니다. 선잠단은 1908년에 사직단으로 옮겨진 이후 터로 남게 되었는데, 복권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인근에 선잠박물관이 조성되었습니다. 작지만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선잠박물관은 옛것을 살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선잠단의 역사적 가치를 깨우고 함께 호흡하는 성북동 역사문화관광 거점이자 시민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초등학교에 기대어 있는 대지 주변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하셨는지요?
성북동은 역사와 문화적 토대가 비옥하지만, 거리 풍경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차 높은 초등학교 축대벽을 등지고 성북로만 바라보고 있는 위치가, 성북동의 역사적 풍경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잠박물관의 입면은, 직조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비단처럼, 부분이 조립되어 전체가 만들어지는 구축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작은 박물관으로 시작했지만, 선잠단 방향으로 접하는 다른 공공건물까지 미래에 확장되는 것을 상상했어요. 역사적 거리가 현재에도 재해석되어 이어짐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라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존 건물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 새로 박물관을 조성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셨는지요?
기존 건물은 오래된 근린상가 건물이라서 층고가 낮고, 뒷면이 축대벽과 붙어있어서 평면이 얇아요. 그래서 박물관의 공간감을 실현하기는커녕 필요한 설비공간을 확보할 때 천장이 오히려 더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전시장, 수장고, 사무소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면적이 있어서, 바닥을 오픈하는 등의 공간적 사치는 지양하고, 가용면적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외장재가 건물의 흥미로운 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파사드를 만들게 된 이유와 제작 과정 중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선잠박물관 바로 앞으로 한양도성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긴 장벽이지만 산을 따라 곡면으로 올라가는 부드러움이 돌의 물성과 대조되며 아름답습니다. 성벽이 솔리드한 벽면이라면, 이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켜(layer)로서 투과하는 벽(silk wall)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알루미늄 질감으로 만들어진 파사드를 성북로를 따라 길고 곧게 뻗어 나가게 해서, 두 개의 벽이 마주 보며 상호 대화하는 구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착공 후 공사비가 낙찰가 차이로 더욱 줄었습니다. 입면에서 의도했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10cm가 필요했지만, 8cm로 줄여 재료비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조립과 확장을 할 수 있는 축조 방식이므로, 나중에 깊이의 차이는 새로운 변화의 이미지를 만들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린생활시설이었던 건물이고 또 면적이 작다 보니 평면을 풀어내기 어려웠을 듯합니다.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부 가용면적을 최대화하고 이동 동선을 끌어내고, 외부와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증축한 장애인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고려하여 계단이 전시의 확장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어요. 가급적 기능적인 화장실과 사무실 공간은 숨겨서 이동 동선이 모두를 지나가며 주변을 전시장 일부처럼 경험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지붕에서는 한양도성 전망을, 길에서는 개방된 전시 공간을 열어두고자 했습니다.
 
성북구에 기반을 둔 사무소이면서 성북구의 공공건축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공시설의 설계와 실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여러 행정 절차를 거치면서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끝까지 지키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일 텐데요. 어떻게 이를 끌어내고 계시는지요?
공공건축의 실현 과정은 끊임없는 논의로 이루어집니다. 많은 관계자에게 설계 의도를 전달해 합의를 끌어내고, 3차원으로 종합되는 건물을 2차원의 분해되는 도면으로 그려내고, 낙찰가로 정해지는 시공사가 정해진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되 전체적인 완성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디테일을 선택하고, 시공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수에 대응하며 설계 의도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공공건축의 발주, 시행, 운영의 영역에서 건축가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공공건축은 건축설계 분야에 과도한 업무 범위와 법적 책임까지 지우고 있습니다. 건축 행위를 하기 위해 관련된 도시, 안전, 환경 등 여러 복합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도 건축에 부여하고 그 책임도 물고 있습니다. 발주처가 제시하는 지방계약법과 특약조항으로 만들어진 계약서를 볼 때 과중함과 불공정에 대한 무거운 짐을 느끼게 됩니다. 공공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일이기에 책임이 따르는 것이겠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적이고 감동을 주는 건축이 아닌, 늘 해오던 방식으로 복사하듯 건물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특별하게 떠오르는 공공건축이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공정하며 대등한 관계, 명확한 업무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좋은 결과물은 당연히 따라올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진행 임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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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 성북 선잠박물관, 이은경(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 성북선잠박물관 일대는 박물관과 여러 시설이 조성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지역의 특징과 선잠박물관이 들어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선잠단은 조선 시대 역대 왕비가 누에로부터 좋은 실을 얻게 해달라는 기원을 드리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었습니다. 선잠단은 1908년에 사직단으로 옮겨진 이후 터로 남게 되었는데, 복권화 사업이 진행되면서 인근에 선잠박물관이 조성되었습니다. 작지만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선잠박물관은 옛것을 살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선잠단의 역사적 가치를 깨우고 함께 호흡하는 성북동 역사문화관광 거점이자 시민문화 공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초등학교에 기대어 있는 대지 주변 상황이 흥미롭습니다. 주변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고자 하셨는지요? 성북동은 역사와 문화적 토대가 비옥하지만, 거리 풍경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차 높은 초등학교 축대벽을 등지고 성북로만 바라보고 있는 위치가, 성북동의 역사적 풍경을 드러낼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잠박물관의 입면은, 직조의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비단처럼, 부분이 조립되어 전체가 만들어지는 구축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작은 박물관으로 시작했지만, 선잠단 방향으로 접하는 다른 공공건물까지 미래에 확장되는 것을 상상했어요. 역사적 거리가 현재에도 재해석되어 이어짐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라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기존 건물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 새로 박물관을 조성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셨는지요? 기존 건물은 오래된 근린상가 건물이라서 층고가 낮고, 뒷면이 축대벽과 붙어있어서 평면이 얇아요. 그래서 박물관의 공간감을 실현하기는커녕 필요한 설비공간을 확보할 때 천장이 오히려 더 낮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에 전시장, 수장고, 사무소 등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면적이 있어서, 바닥을 오픈하는 등의 공간적 사치는 지양하고, 가용면적을 최대한 활용하였습니다.   외장재가 건물의 흥미로운 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알루미늄 파사드를 만들게 된 이유와 제작 과정 중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선잠박물관 바로 앞으로 한양도성이 마주하고 있습니다. 긴 장벽이지만 산을 따라 곡면으로 올라가는 부드러움이 돌의 물성과 대조되며 아름답습니다. 성벽이 솔리드한 벽면이라면, 이와 상대적으로 가벼운 켜(layer)로서 투과하는 벽(silk wall)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알루미늄 질감으로 만들어진 파사드를 성북로를 따라 길고 곧게 뻗어 나가게 해서, 두 개의 벽이 마주 보며 상호 대화하는 구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착공 후 공사비가 낙찰가 차이로 더욱 줄었습니다. 입면에서 의도했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10cm가 필요했지만, 8cm로 줄여 재료비를 절감해야 했습니다. 조립과 확장을 할 수 있는 축조 방식이므로, 나중에 깊이의 차이는 새로운 변화의 이미지를 만들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린생활시설이었던 건물이고 또 면적이 작다 보니 평면을 풀어내기 어려웠을 듯합니다.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내부 가용면적을 최대화하고 이동 동선을 끌어내고, 외부와 관계를 갖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증축한 장애인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서 계단으로 내려오는 동선을 고려하여 계단이 전시의 확장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어요. 가급적 기능적인 화장실과 사무실 공간은 숨겨서 이동 동선이 모두를 지나가며 주변을 전시장 일부처럼 경험하도록 의도하였습니다. 지붕에서는 한양도성 전망을, 길에서는 개방된 전시 공간을 열어두고자 했습니다.   성북구에 기반을 둔 사무소이면서 성북구의 공공건축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공공시설의 설계와 실현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여러 행정 절차를 거치면서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끝까지 지키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일 텐데요. 어떻게 이를 끌어내고 계시는지요? 공공건축의 실현 과정은 끊임없는 논의로 이루어집니다. 많은 관계자에게 설계 의도를 전달해 합의를 끌어내고, 3차원으로 종합되는 건물을 2차원의 분해되는 도면으로 그려내고, 낙찰가로 정해지는 시공사가 정해진 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되 전체적인 완성도를 포기하지 않도록 디테일을 선택하고, 시공 현장에서 벌어지는 변수에 대응하며 설계 의도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공공건축의 발주, 시행, 운영의 영역에서 건축가가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공공건축은 건축설계 분야에 과도한 업무 범위와 법적 책임까지 지우고 있습니다. 건축 행위를 하기 위해 관련된 도시, 안전, 환경 등 여러 복합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도 건축에 부여하고 그 책임도 물고 있습니다. 발주처가 제시하는 지방계약법과 특약조항으로 만들어진 계약서를 볼 때 과중함과 불공정에 대한 무거운 짐을 느끼게 됩니다. 공공의 재산과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일이기에 책임이 따르는 것이겠지만,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창조적이고 감동을 주는 건축이 아닌, 늘 해오던 방식으로 복사하듯 건물을 만들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특별하게 떠오르는 공공건축이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공정하며 대등한 관계, 명확한 업무로 일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좋은 결과물은 당연히 따라올 것 같습니다.  인터뷰 진행 임진영 
OPENHOUSE 한내 지혜의 숲, 장윤규, 신창훈 지역문화재생 이제 서울의 도시재생은 도심 중심의 거창한 도시 구조나 도시 블럭을 개발하고 변화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지역, 작은 동네를 이해하고, 버려지고 소외된 장소를 찾아내서 재생(Regeneration)함으로써 도시인의 직접적인 삶과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작은 공간인 한내 지역 주민커뮤니티 공간을 통해서 지역문화를 재생하려는 제안이다.  한내근린공원은 중랑천변과 나란히 자리잡은 자연체육공원이다. 대지는 한내근린공원의 초입에 위치하며 오래전부터 고장이 나고 버려진 분수대가 방치되어있어 지역주민들과 공원 사이의 단절된 공간이었다. 또한 이 지역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주거집중지역이지만 주민과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재하였다. 버려진 공공공간을 재활하여 한내근린공원의 활기를 되찾고, 작은 주민커뮤니티를 매개로 하여 지역문화와 자연공원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프로그램의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내부로부터의 건축 공간을 이루는 기본단위는 책꽂이 벽(wall)인 가구적 구조로부터 시작한다. 책꽂이 벽은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이면서 분할하고 배분하는 장치이다. 과거의 벽이 구조적 한계에 의해서 고전적이며 공간적 소통을 막아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가 제안하는 책꽂이 벽은 유동하는 공간으로 구성하여 서로 소통하여 통합되고 혹은 적절이 독립되는 이중적인 미로 구조를 재현한다. 책꽂이 벽의 배치와 크기는 프로그램 배치와 구조의 적용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는데 즉, 가구와 공간과 구조의 조화를 실현하려 하였다. 100평이 안되는 작은 복합문화공간이지만 이곳에 오는 다양한 계층의 마을사람들은 유동하는 공간 곳곳에서 자신들의 목적과 유목성을 동시에 경험한다. 작은 공간은 통합적이며 순환적 공간을 통해 규모의 작음을 극복하고 다변적 가치의 공간으로 발전한다. 지붕을 이루는 삼각 프레임은 책꽂이 벽의 연장이며 미로와 같은 지붕 형태의 다양한 겹침은 그 사이로 자연의 빛을 받아들이는 틈새의 장치라 볼 수 있다. 다중적 코드의 미로공간이 자라나는 지역주민과 아이들의 상상과 창의 그리고 즐거움을 자극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글 OHS 사진 윤준환   운생동건축사사무소  http://www.usdspace.com   한내 지혜의 숲 장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마들로86(월계동) 한내근린공원내 개관 월-토 도서관   09:00∼18:00                    지역아동센터  학기중 10:00∼19:00, 방학중 09:00∼18:00 휴관 매주 일요일, 법정공휴일, 임시공휴일 문의 02-979-7420 웹사이트 https://www.nowonlib.kr/htmlmanager/service/83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우수상, 성수책마루, 김태영, 김현준(어반토폴로지)+장수정(권축권장건축사사무소) 책마루는 기존 건물의 공간을 활용하는 기획입니다. 공간 전략은 어떻게 세우셨는지요? 김태영 기존 건물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잠재성, 가치를 재정의하여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현재 사용자의 공간 점유 방식도 세심히 관찰하여, 유지하거나 더 활성화했으면 하는 가치 매김을 하기도 합니다. 기존 건물의 공간적 특성을 최대한 향유할 수 있는 공간 점유 방식, 현재의 사용 방식을 강화하거나 기억할 수 있는 건축 요소의 개입이 가능하도록 큰 원칙과 접근방식을 수립합니다. 책마루에 공통으로 사용된 공간 용어들은 그 원칙과 전략의 결과입니다. 성수책마루 뿐만 아니라 책마루 시리즈를 여럿 참여했습니다.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셨는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현준 성동책마루는 '책마루'라는 공공 서가형 로비의 정체성을 실현하는 첫 프로젝트였습니다. 구청 로비라는 특성, 1,000명이 넘는 공무원의 업무공간이라는 점, 불특정 다수의 민원인이 방문한다는 점, 무지개도서관이 이미 자리해서 복합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는 점이 도전이자 가능성이었습니다. 성수책마루는 공연예술장이 주 기능인 아트홀의 로비였습니다. 사용 시간대가 명확하고 공간 사용 밀도가 확연히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로 충돌할 수 있는 다수의 프로그램 혹은 서로 간섭할 수 있는 사용자가 한 공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전제라서, 이를 공간 영역의 설정이나 동선 체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에 특히 중점을 두었습니다. 성수책마루가 들어설 성수문화복지회관의 조건은 무엇이었는지,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장수정 책을 매개로 한 공공의 거실 같은 공간이고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추구한다는 점은 전체 책마루 프로젝트의 공통된 특성인 것 같아요. 공업지역의 특성상 공공건물임에도 조경 공간이 거의 없다는 점, 기존 건물의 지오메트리(geometry)가 복잡하다는 점은 성동구청과 다른 점이었어요. 성동책마루는 계단이나, 서가의 일부에 곡선의 요소를 두어서 그리드를 깨는 시도를 했다면, 여기에서는 가급적 기존 건물의 요소와 평행한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런 태도를 가진 방식을 고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는 책마루가 시리즈가 된다면 주변 지역에 좀 더 기여하는 북 큐레이션을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명확한 기획을 하지는 못했어요. 다만 이 근처는 젊은 창업자들이 많은 동네니까, 외부 공간이 페차쿠차같은 느낌으로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조경과 휴식, 발표를 겸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성수책마루의 주어진 프로그램을 담기 위해 고민했던 부분도 궁금합니다. 특히 첫 번째 책마루에 대한 호응도 높고 그에 대한 피드백도 고려했을 듯합니다. 김태영 책마루에 공통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공간 전략을 성수책마루의 조건에 맞도록 적용하고자 하였습니다. 이곳은 레벨 차이가 나는 여러 공간이 로비에서 연결되어 공연장까지 이어져요. 그리고 소규모 공연이 로비에서 벌어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공연 전후로 관객들이 대기하거나 모이는 장소가 확보되어야 하는 점도 주목하였습니다. 기존 카페가 중심에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 출입 동선과 화장실 입구가 노출된다는 문제에도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외부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옥외 계단이 낡았다는 것과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한계도 개선하고 싶었어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연이 가능한 '계단 마당'과 중층의 어린이 서가 '북웨이', 서가로 둘러싸여 안정된 느낌을 주는 '클라우드 서가', 그리고 사서 코너와 티켓 오피스를 이어주는 '아카이브' 서가 등을 제안했습니다. 성동책마루에서 사용한 공간 전략을 적용한 것이죠. 가운데 카페를 활성화하기 위해 동선 체계를 재조직하고자 하였습니다. 3개층 높이의 아트리움을 채우고 있는 '아카이브' 대신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과 화단을 제안해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의 코너에서 성수책마루가 인지되도록 하였습니다. 기존 건물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담기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현준 ‘책마루’는, 새로운 프로그램이기보다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어떻게 관계 맺고 융합되는가에 중점을 두고 기획되었습니다. 성동책마루, 성수책마루 건물 상층부에는 공공도서관이 있었어요. 이는 책마루가 공공도서관이라는 기존 프로그램 범주에 속하지 않음을 반증합니다. 성수책마루 위층에는 공연장 외에도 6개의 다른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지만,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은 부재했다고 합니다. 다른 기관의 직원들, 각각의 민원인들, 그리고 방문객들의 관계와 공유, 흐름과 머무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 재료의 선택에서 고심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장수정 책마루가 비슷한 언어를 갖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클라우드 서가, 스탠드형 계단, 포켓 공간 등등의 공간 요소는 공통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출발했습니다. 이곳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생동감 있지만, 조금은 차갑게 느껴지기도 해서,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를 주는 형상과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성수, 성동 둘 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건물에서 진행되는 작업이라, 현장 작업 시간을 줄이고 가급적 공장에서 작업하는 부분을 늘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시민들이 공공건축의 공간을 더 쉽게 활용하기 위해서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장수정 최근 건축 단위의 변화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지하철 역사나, 동네 길 같은 건축과 도시 사이에 있는 부분도 좀 더 잘 가꿔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구도심의 길을 걷다 보면 가로에 지하철 환기구, 전기설비, 불규칙한 맨홀 등 때문에 산만한데요. 서울은 건물 단위로 제공되는 공간의 퀄리티는 좋은데, 도시 전체로의 경험은 조금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리고 이런 마을 만들기 같은 사업에서 자꾸 벽화를 그리는 방향성은 아쉽습니다. 덧붙이는 것보다 잘 정리하고 버리는 작업이 선행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기존 건물을 활용한다는 책마루의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도시의 점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앞으로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혹은 건축가로서 더 제안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수정 사용자의 의견을 모으고 기획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책마루로 보자면 지역 주민들이 읽고 싶은 책이나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들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되는 거죠. 물론 주변 거주자나 지역의 특징을 공개된 데이터 안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리노베이션의 특성상 신축보다는 공사 기간도 짧고 사용자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서 그런 특성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현준 오픈하자마자 별도의 상업적 마케팅 없이 지역 어머니들 SNS에 화제가 되었어요. 몰려드는 사람으로 주말 포함 저녁 9시까지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기획 단계에서 또는 도시 및 건축과 통합되어 이러한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기가 참 어렵습니다. 건축법적 용도, 기능적으로 기획되다 보니, 공공기관의 로비 공간은 전국적으로 유사해요. 관리와 보안의 문제도 있고, 공간에 맞는 가구를 제대로 선정하기 어려운 절차적 문제도 있으며, 공간적 또는 운영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형적인 재료로 시공해 버리는 결과가 단조로움에 한몫을 하기도 합니다. 도시 건축적으로 중요한 공공건물은 기존의 기획, 공모전 방식과 다르게 거시적 그리고 미시적 관점을 함께 다룰 필요가 있습니다. 김태영 점적인 네트워크의 특성은 동등하거나 유사한 퀄리티의 분산을 통해 접근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분배를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네트워크로써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물리적으로 또는 인프라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접근성이 좋은 몇 군데에 집중하여 더 좋은 퀄리티를 가지는 공공건축을 실현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실현된 지 오래되었지만, 낙후된 동네에 이미 활성화된 시장과 도서관, 취업 지원 등 공공복지 네트워크를 결합하고자 한 런던의 아이디어스토어 프로젝트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요. 리모델링이 아니라 신축으로 접근한 방식도 흥미로운 프로젝트입니다. 공공건축의 기획 및 발주 방식이 더 유연해진다면 우리 도시와 건축, 공공서비스에 맞는 점적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터뷰 진행 임진영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공공건축의 로비를 쉼과 배움의 공간으로, 성동구 책마루 시리즈,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청 <00책마루>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책마루는 사람과 도시의 상호성에 주목해 포용도시로 나아가는 시도입니다. UN 해비타트는 포용도시를 “모든 사람이 재산, 성별, 연령,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도시가 제공해야 할 기회들에 생산적이고 긍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는 장소(UN Habitat, 2002)”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책마루를 기획한 것은 구민에게 도시 속 더 열린 공간(또는 행정), 더 가까운 공간(또는 행정), 더 경계 없는 공간(또는 행정)이 된다면, 포용도시로 나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구청에 남는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면 어떨까, 시민들이 더 잘 쓰시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현재 조성된 성동책마루, 성수책마루, 독서당책마루, 의사랑(구의회)에 대해 짧게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성동책마루는 2018년 1월 성동구청 1층 로비에 문을 열었으며 총 장서 3만여 권 중 8,000여 권을 성동구 직원들과 지역 주민이 기증한 도서로 마련되었습니다. 성동책마루에는 매주 수요일 12시 <정오의 문화공연>이 진행되며, 지역 예술인의 공연무대와 전시, 독서 토론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습니다. 성수책마루는 2019년 3월 공연장과 도서관이 있는 성수문화복지회관 3층에 조성했습니다. 약 9천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성수책마루에서는 아트홀에 상주한 예술단체의 공연 등 공연장과 연계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두 책마루 모두 365일 오전 9시에서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폭염, 한파 때는 철야로 운영해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해 쉴 수 있는 무더위 쉼터로도 활용해 공공공간으로서 복지 기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건물의 로비를 주목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기존 로비의 아쉬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는지, 로비(공용공간)를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첫 시작은 로비에서 민원을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의 시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대부분 공공청사 1층은 로비 역할을 합니다. 모든 공간이 빼곡히 다 제 기능과 역할에 맞춰 채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민들이 이 공간을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분명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머릿속을 스친 두 단어가 바로 쉼과 배움이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벽면에 구정 홍보물이 아니라 서가가 있다면, 모든 의자가 민원 창구를 바라보며 한 방향으로 배열되지 않고,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가 서로 눈을 맞추고 대화할 수 있거나, 창가를 향해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놓여 있다면 하는 상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기다림의 공간이 아닌 직원과 시민 모두를 위한 쉼과 배움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함께 생겼습니다. 이 생각을 우리 구청 직원들과 나누니 아이디어가 샘솟듯이 나왔습니다. 직원, 시민과 함께 TF를 구성해 함께 머리를 맞대니 창의적인 건축적 요소들이 덧대어졌습니다. 3만여 권의 장서와 함께 갤러리, 북웨이, 객석 역할을 하는 계단이 추가됐습니다. 또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무지개색 책장과 다락방 형태의 공간도 만들었습니다. 직원, 주민 그리고 건축가의 상상력과 세심함이 묻어난 덕분에 문화복합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책마루라는 이름 역시 구청 직원들이 제안해 선정됐습니다.   활용 프로그램으로 열린 도서관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책마루 프로그램 기획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요? 4차 산업혁명 등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의 역할 중 하나는 평생교육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룻밤 사이에도 산업과 기술이 급격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동구는 유네스코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돼 있습니다. 독서당 인문 아카데미 등 다양한 평생학습센터를 개설하고 있고, 허준약초학교, 성동지식대학 등 특화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또 지원하고 있습니다. 성동구가 ‘평생직장’이 될 순 없지만, 시민 누구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은 아낌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 성동구민이 책 살 돈이 없어서, 책 읽을 곳이 없어서 배움을 멀리할 수밖에 없는 일은 없어야 비로소 포용도시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책마루는 모두에게 열린 배움터이자 쉼터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무엇보다 시간에 유연합니다. 관공서 업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평일, 주말 언제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구청 문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공공기관이 문을 닫을 때도 닫지 않았습니다. 방역 수칙을 더욱 꼼꼼히 지켜 주신 시민들과 더욱더 신경 써서 관리한 직원들 덕분에 안전하게 책마루를 운영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변함없이 책마루를 다녀가 주셨습니다.   성동구의 지역적 특징을 고려할 때, 새로운 건축물을 조성하는 대신 여백의 공간을 활용한 책마루 방식이 갖는 장점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여백의 미(美)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백을 채울 자리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은 누군가 채워야 한다는 말이지 않겠습니까. 행정이, 구청이 먼저 만든 공공공간의 여백을 아름답게 채울 사람은 당연히 시민뿐입니다. 실제로 이용하는 시민에 의해서 공간은 끊임없이 그 쓸모가 있게 되고 또 변하기 때문입니다. 책마루는 도심 속, 공공청사 속 일부 공간이지만, 그 의의는 이용하는 시민들에 의해 다양하게 이용되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공공공간을 설계하고, 또 이용하는 새로운 접근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책마루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듯합니다. 성동구의 모든 공공청사에 책마루 또는 책마루와 비슷한 열린 공간을 조성하고 싶지만,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힙니다. 일정 정도의 면적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책마루를 책마루답게 조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연구해 다양한 건축적 요소를 활용해 여러 형태의 책마루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노력해가겠습니다.   인터뷰 진행 임진영                                 
OPENHOUSE 행촌공터 3호점, 김동희 서울과 같은 익명성이 도드라진 거대 도시에서 도시농업은 주민공동체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모세혈관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커다란 도시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큰 도시에서 놓치기 쉬운 주민들의 생활을 풍성하게 하는 영양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서울의 빈 시유지 공간(空)을 시민들이 모여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共)으로 만드는 작업이 이번 행촌공터 3호점의 작업이었다.  대지는 도로보다 높은, 산 중턱쯤 되는 곳에 있다. 주차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좁고 가파른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해서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조금쯤 헤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민들이라면 설명만으로도 찾아들 수 있는 곳에 행촌공터가 자리하고 있다.  대지의 높은 고도 덕에 남쪽으로는 굽이굽이 낮은 어깨를 나란히 맞댄 동네가 내려다보이고, 서쪽으로는 옛 한양 도성의 성곽 풍경을 단숨에 담을 수 있다. 숨은 듯 아늑하고 아담한 공간에서는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 정감이 물씬 풍기기도하니, 지역 주민을 위한 쓰임새 있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기에는 이곳보다 더 나은 조건의 땅은 없을 것이다.  인왕산이 보이는 뒤쪽 구릉으로 육묘장이 있고 그 주변으로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에는 최적의 환경인 공터들이 곳곳에 있다. 아래 동네와 비교하면 훌쩍 높은 곳에 자리 잡은 곳이다 보니, 마치 시골 들판의 시원한 원두막과 같이 동네 주민들이 모여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임은 틀림없다.  이곳이 동시 농업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 회의를 진행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행촌동 담당자 고창록 주민대표와 연신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지의 특성과 장소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를 거쳐왔다. 공공의 건물이지만 지역 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건축물은 몸으로 부딪치며 작업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절실함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행촌공터 3호점은 주민들이 도시농업을 하기에 필요한 생산 중심의 노지 경작 지원과 전문인력 양성을 주목적으로 계획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좋은 경관을 가진 마을 카페의 조성은 주민들 간의 커뮤니티 회복에 집중해, 더없이 좋은 본보기를 제공하길 기대하며 계획되었다. 좋은 작물을 경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촌공터 3호점과 주민들이 가질 새로운 가능성은 도시 속에서 각자의 삶이 새로운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우는 것도 중요한 가치가 된다.  도시거점 농업을 위한 시설이니 응당 농기구 보관실이 필요했고 다용도 공간인 1층 교육장 겸 실습장에서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가구들을 디자인했다. 주민공동체 활동의 기반이 되는 2층은 공공의 공간이 더 개방적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한 회의를 통해 탄생했다. 필요할 때만 개방되고 자발적인 유지보수가 어려운 공공건축물의 취약점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관 좋은 카페를 만듦으로 해소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주민들 스스로 ‘내 공간’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사회, 경제적 가치 창출의 기반이 되는 도시농업 시설이 이곳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공공건축가로서 공공의 건축물을 설계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수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작업이라는 생각으로, 보편적 욕구를 해소하는 일에 집중했다. 주민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공공건축가와 서울시의 노력은 역설적이게도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을 통해 공공성이 배가되었다. 글 김동희  사진 김용순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http://kddh.kr/ 행촌공터 3호점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일로18나길 19-1 개관 월 - 금 10:00 ~ 16:00 *시설방문시 사전 전화 문의해주세요. 휴관 토,일요일, 공휴일 문의 02-732-2874 웹사이트 https://jongnocityfarm.modoo.at/
OPENHOUSE 넘은들공원 책쉼터, 김정임 넘은들공원은 양천구 신정동 남부순환도로 변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넘은들은 넓은 들이란 뜻이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무색하게 빼곡하게 들어찬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작은 동산같이 오뚝하게 놓여있다. 농구코트, 몇 가지 운동기구, 파고라 등 최소의 시설만이 있는 공원은 어둡고 노후화되어 지역주민들 이용이 저조하였다고 한다. 양천구에서는 '건강한 동네 숲'이라는 테마로 수목의 식생 개량, 보행 약자를 위한 편안한 산책로 조성, 운동공간 개선 사업 등과 함께 화장실과 쉼터가 결합한 건축물을 짓기로 하고 우리에게 설계의뢰를 하였다.  처음 대지를 방문했을 때 방치되어 오히려 야생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좋았다. 넓지 않은 공원이기에 최대한 지금의 자연 숲 같은 느낌을 살리고 건축물은 진입부 계단 옆 경사지에 최소화하여 짓기로 하였다. 몇 개의 대안을 검토한 후 농구코트 레벨에 화장실을 두고 기존 계단을 올라간 레벨에 쉼터와 관리실을 배치하였다. 볼륨이 작아 보이도록 두 개의 기능을 엇갈려 배치하고 박공지붕을 씌워 숲속의 오두막집처럼 보이도록 하였다. 사방에 창을 두어 낮에는 책쉼터 내부로 공원의 풍경이 들어오게 하고 저녁에는 은은한 빛이 공원을 밝혀주도록 계획하여 따뜻하게 주위를 밝히는 커다란 등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넘은들공원 책쉼터는 전체면적이 40평, 책쉼터 면적은 약 70㎡(21평)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건축물이지만 개관 후 2,0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지역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의 참여와 사랑을 끌어내고 있다. 설계과정에서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다구리와 박새가 서식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건축물을 주변부에 앉히기로 하였는데, 부디 그들이 그 맘을 알아주어 계속 살고 있길 바란다.  글 김정임 사진 진효숙 서로아키텍츠 https://www.seoroarchitects.com/ 넘은들공원 책쉼터 주소 서울 양천구 남부순환로 634 개관 화-일 10:00 ~ 19:00 휴관 월요일, 공휴일 웹사이트 https://cafe.naver.com/ycbookcafe
OPENHOUSE 불암산 전망 파빌리온, 장윤규, 신창훈 불암산은 전망대를 통해 명소화된다. 대부분의 산속 전망대는 획일화된 이미지의 팔각정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관습의 답습으로는 더는 산속 매력적인 휴게공간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산을 오르며 만나는 전망대는 일종의 유람으로, 펼쳐진 풍경 속에서 휴식과 풍류를 만끽하는 장소다. 이를 위해 단순히 높은 전망을 위해 올라가기만 하는 기계적인 행동을 벗어나고자 했다. 어떻게 오를 것인가, 무엇을 오를 것인가? 산속 전망대의 새로운 해석을 제안한다.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있는 불암산은 지역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선물해준다. 새롭게 깔린 신설 데크라인을 따라 올라가다 마주하는 불암산 전망대에서 도시와 자연을 만나는 새로운 경험을 맞이할 수 있다. 이 경험을 위해 도시 근교의 전망대는 시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하나의 매력적인 장소로 다시 설치되어야 했다. 불암산 전망대를 통하여 자연과 도시를 바라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전망대를 느끼고, 시민들에게 영감을 제공하며,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글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사진 남궁선 운생동건축사사무소  https://usdspace.com   불암산 전망 파빌리온 장소 서울 노원구 중계동 산 101-1 개관 매일 이용요금 무료
OPENHOUSE 은평생활문화센터, 최재원 은평생활문화센터 - 주민문화생활의 무대, 주택에서 피자집으로, 피자집에서 문화센터로 주택으로 지어진 건물은 연신내역 주변의 상업화로 피자집으로 활용되었고, 은평구에 매입되어 생활문화센터로 새롭게 변신하게 되었다. 조적조 건물로 안전진단을 통해 구조적인 철골 보강을 했지만 자유롭게 벽을 털거나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대한 기존 방과 벽을 활용해 원하는 공간들을 배치해야 했다. 기존 주택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하 1층에는 합주가 가능한 음악연습실을, 2층에는 녹음과 편집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1층은 교육 및 휴게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덧붙이기 – 흔적 남기기 기존 건물에 새로운 재료를 감싸기보다는 최대한 기존 재료를 존치하고, 필요한 곳에만 덧붙이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방음 성능을 요구하는 연습실이나 녹음실 등에 기능에 맞는 마감을 더하고 대부분의 공용 공간들은 기존 건물의 마감을 뜯어낸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했다. 새로 만들어질 카페 카운터, 계단의 철판 등은 구로 철판으로 기존 재료와 구조 보강재와의 관계를 고려했다. 기존 주택의 외부 재료는 대부분 그대로 남기고 외부 캐노피를 통해 새로운 켜를 만들어냈다. 주민 생활의 무대 상업 거리에 위치하는 문화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거리의 활기를 문화센터에 끌어들이고 싶었고, 건물과 도로 사이의 공간을 무대와 공간으로 계획했다. 바닥에서 반 층 정도 올라간 1층 높이를 활용한 넓은 계단과 무대와 같은 공간은 주민들이 작은 공연을 하거나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생활문화센터가 주민들의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함께 모여서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최재원 사진 타별(tabial)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여주박물관, 이성관 마암과 남한강, 여주 역사의 근원 여주는 과거에 황려현으로 불렸는데, 이는 남한강 물살이 바위에 부딪혀 솟아오르는 모습이 누런 말(황마), 검은 말(여마)과 닮았다고 하는 고전에서 유래한다. 그리고 그 바위를 마암이라 불렀다. 대지 앞을 흐르는 남한강과 그 건너에 있는 마암은 여주 역사와 정체성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축으로 주변과 관계 맺기 기존 박물관은 남한강을 향해서 배치돼 있고, 전면이 남한강으로 트여있다. 신축 박물관은 이를 해치지 않기 위해 축에서 비켜나 있고, 강 건너편 마암과의 연결축을 형성하면서 배치되어있다.   풍경 속 조형물로서의 박물관 확 트인 경관 속에서 건물이기보다 풍경 속 조형물로 인지되도록 하였다. 여주, 남한강 이곳, 유유한 시간의 누적을 퇴적층으로 보고 건물은 퇴적층 수면 위로 드러난 검은 상자로 은유시켰다.   시민의 쉼터, 일상 속의 문화공간 건물 로비와 홀에 접한 메인 공간에 카페를 배치함으로써 일상에서 휴식을 찾아온 사람들이 자연스레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조경 경계를 개방해서 박물관이 열린 쉼터가 되도록 하였다.   남한강 전경 끌어들이기 수공간에 접한 카페의 상부는 켄틸레버로 들려 있어서 가로로 긴 틈이 생기고, 그 틈을 통해 남한강과 여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게 함으로써 여주의 존재와 역사를 되새기도록 하였다.   박스 속 역동적 공간 카페에 접해서 3개 층으로 뚫린 메인 홀이 있다. 홀 내 관람 동선을 입체적으로 계획함으로써 자칫 정적일 수 있는 입방체 공간 속에서 관람자의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느껴지도록 하였다.   물과 하늘, 유리의 반사 검은 유리면은 하늘을 반사해 여주의 현재와 미래를 드러내려 했고, 남서쪽 모서리의 잘린 삼각면은 여주의 근원인 남한강 상류를 비추어 여주의 과거 시간을 유감 시키려 하였다.   글, 사진_이성관     위치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길 6-12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Cultural Facility) 구조 철근콘크리트 층수 지상 3층, 지하 1층 대지면적 12,339㎡ 건축면적 1,150㎡ 연면적 1,918.35㎡ 건폐율 9.32% 용적률 12.25 % 외부마감재 마천석 버너구이, 코르텐, 개비온 시공사 주식회사 연우 준공일자 2016.10.24